미국의 강공에 중국이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재점화하면 ‘잃을 게 많은’ 탓에 상대적으로 수용적이었던 중국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10일 1차 관세폭탄에 이어 5월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실상 모든 중국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 역시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번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확대, 무역균형 등에 관해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긴 했지만, 중국의 핵심적인 우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했다”면서 “중국은 원칙적인 문제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류허 부총리는 지난 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별다른 소득없이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깨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중대한 원칙 문제’가 존재하며 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이 ‘양보 불가’를 외치는 원칙은 내정간섭 불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이 이전에도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았다며 지식재산권 보호나 강제 기술 이전 금지 등의 원칙을 중국 국내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또 중국이 법안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을 미중 정상이 합의할 서명문에도 기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국내법 개정을 외국과의 합의문에 삽입할 수 없으며, 다른 나라가 중국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도 내정 간섭인 월권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하는 게 19세기 청나라 말기 중국이 외세에 시달리던 시절 강압에 밀려 체결했던 불평등 조약과 동일 시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꿈’(中國夢) 등을 강조하며 중국의 국력이 신장됐음을 국민들에게 자랑해 왔다”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습을 자국민들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과 달리 미국의 경제가 순탄하지 않다는 판단도 중국이 강경자세로 돌아선 이유 중 하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은 미국 경제가 겉보기보다 취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다시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입게 될 손실을 미국이 감내하기 쉽지 않은 만큼 미국이 파국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요구중 일부라도 들어줄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맞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렇다할 조치를 내놓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기반에 타격을 주기 위해 농산물 관세를 올리는 동시에 ‘비관세’ 조치로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 제품의 통관을 지연하거나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훼방놓는 방법 등을 동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1조123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중 일부를 매각해 미국 경제를 압박하거나 위안화를 절하하는 방안도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 은행의 클리프 탄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환율 안정 협약이 없는 한, 위안화 가치 절하는 미 관세의 급격한 인상에 대응할 방안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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