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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pick]트럼프 '거침없는' 질주…다시 족쇄 채우려는 민주

이준기 기자I 2019.04.02 04:45:53

멕시코 국경 전체 폐쇄 엄포…사흘 연속 트윗
"오바마케어는 무용지물"…'폐지'에 사활
민주, 뮬러 보고서 공개+ 소환장 발부 '맞불'
트럼프 "민주당, 뮬러 더는 존재하지 않은 척"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압박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 의해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정치적 족쇄’를 걷어 낸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숙원사업인 반(反) 이민정책 및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법) 폐지를 위한 ‘거침없는 질주’에 나선 양상이다. 반면, 공수가 뒤바뀐 야당인 민주당은 뮬러 특검의 전체 수사보고서를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오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수 싸움이 벌써 치열하게 시작된 셈이다.

◇멕시코국경 폐쇄·오바마케어 폐지…트럼프의 진격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세 차례의 트윗을 통해 멕시코 국경 폐쇄를 시사했다.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불법 이민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번 주 국경 전체나 상당 부분을 폐쇄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와 관련,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및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 등 백악관 핵심인사들은 지난 주말 잇따른 언론인터뷰에서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실제로 2500여명의 대규모 캐러밴(중남미 이민자 행렬)은 현재 멕시코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에 도착했던 7000여명 수준의 캐러밴 이후 최대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성향인 이들 이민자 수용이 향후 공화당 집권의 장애물로 여기고 있다. 범죄율 증가, 일자리 상실 등 다소 극단적인 슬로건까지 내건 배경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민자 유입과 범죄율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며,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자신의 1호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열을 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위대한 우리 국민에게 오바마케어 비용은 너무 비싸다. 많은 사례에서 개인부담금이 7000달러를 넘는다. 거의 쓸 수가 없다”며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썼다. 개인부담금이 너무 많은 오바마케어 대신 새 건강보험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직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향수에 젖어 있는 일부 중도성향 유권자를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오바마케어 폐지는 여당인 공화당의 완벽한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공화당 주류 일각에선 오바마케어를 대신한 새로운 개정 또는 대체 법안을 먼저 마련해야 하는 게 순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던 2017년 두 차례의 오바마케어 폐지 시도가 대체법안에 대한 고(故) 존 매케인(애리조나)을 비롯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AFP
◇뮬러 특검 ‘전체 보고서’ 공개로 전세 역전 노리는 민주

민주당은 역공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뮬러 특검의 전체 보고서를 입수한 후,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 옥죄기에 다시 돌입하려는 게 그 속내다. 따라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법사위는 특검의 전체 보고서와 관련 증거, 연관 사안들에 대한 소환장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3일 표결에 붙이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의회는 편집 없는 특검 보고서가 필요하다”며 “완전하고 완벽한 보고서가 지체 없이 의회에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린지 그레이엄(공화) 상원 법사위원장과 내들러 위원장에게 “이르면 4월 중순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되 일부 민감한 정보는 삭제한 ‘편집본’을 보내겠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데 대한 답변이었다.

1974년 ‘워터게이트’ 특검이 55쪽짜리 대배심 로드맵을 제출한 것과 1998년 ‘르윈스키 스캔들’ 특검이 455쪽짜리 보고서와 상자 18개분의 증거를 공개한 것을 부각, 이번 뮬러 특검 역시 이에 상응하는 보고서 등의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하원 법사위는 또 특검 수사와 관련한 문서를 받았을 수 있는 5명의 전직 백악관 보좌진에 대한 소환장 발부 여부도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 대상은 도널드 맥건 전 백악관 법률고문과 앤 도널드슨 전 부법률고문, 스티븐 배넌 전 수석전략가,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국장,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다. 이들 5명의 공통점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최근 사이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어떻게든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 사법방해 의혹을 다시 끄집어내, 그의 질주를 막으며 전세를 역전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간) 공모 없는 뮬러 보고서로부터 미쳐 날뛰는 민주당원들에게 어떤 정보를 주더라도 그들에겐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원들은 문 뒤에서 웃고 있다”고 비꼬았다. 더 나아가 “민주당원 대부분은 마녀 사냥 전으로 돌아갔다”며 “다른 사람들은 과거의 영웅인 밥(로버트) 뮬러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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