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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차이나 리스크, 기회로 만들려면…

박진환 기자I 2019.01.28 05:00:00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글로벌 경제에서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글로벌 GDP를 연간
0.8%포인트씩 끌어올리며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는데 최근 급격히 경기가 둔화하면서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글로벌 통화 긴축기조와 미국과 중국간 통상 분쟁까지 심화하고 있어서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하는 석학들이 늘고 있다.

중국 리스크는 불확실성까지 내포하고 있어서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중국은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라 우리 기업들에는 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중국 내 가공무역과 중간재 수출로 성장해 왔는데, 중국이 이제는 부품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하고 있어 더욱더 힘든 상황이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1.4년에 이르렀던 중국과 한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지난 2016년에는 1년까지 좁힐 정도로 중국 기술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조선, 기계분야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등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어서 산업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당장 올 들어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이 28.8% 줄면서 전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줄었고 대(對)중국 수출도 22.5%나 급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가 전 세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은 승자 독식인 경우가 많아서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차량공유나 원격의료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도 규제가 첩첩산중인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다.

그러면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누구와 경쟁하고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첨단기술의 주도권을 두고 다투게 될 적으로 보고 미리 싹을 자르려 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은 우리에게는 무엇인가. 물리쳐야 할 경쟁자인가, 협력해야 할 이웃인가. 답이 무엇이 됐든 분명한 것은 우리 기업에게 중국은 포기하기 어려운 거대 시장이라는 점이다.

우리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시장이다. 중국 제품의 품질은 아직 한국 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중국 기업에 기술력이 우수한 우리 기업을 잘 연결만 해준다면 B2B 비즈니스로 시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차이나 리스크를 기회로 삼아 우리 제조업을 고품질 제품 위주로 체질을 개선한다면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중국은 그간 글로벌 상품 생산에 숙달돼 있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더 많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국외 자본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 중국에서 투자받으면 글로벌 자본과 연계될 기회도 많아진다. 지방정부마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없애고 강력한 패키지 지원을 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바이오헬스나 공유서비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특구진흥재단은 중국의 제도와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을 위해 중국 현지 엑셀러레이팅 기업과 협력해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신생 혁신기업이 변화를 선도한다. 혁신기업은 주로 대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생태계 속에서 성장하는데 우리 대기업은 지금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차서 이들과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이 있어서 스타트업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있다.

스타트업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과의 협력이,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통한 외부 혁신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협력해 개방형 혁신을 이룰 때 혁신성장이 일어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앞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의 가치사슬에 합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모든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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