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몇 해 전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방문했을 때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촬영지인 마리나광장을 무작정 찾았다. ‘시네마천국’의 한 장면. 극장 영업이 끝났는데도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러 몰려든다. 알프레도는 광장 벽면으로 영사기를 돌린다.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광장 벽면에 비친 화면에 저마다 환호성을 지른다.
영화는 현실 같은 환상이다. TV가 등장했을 때, 인터넷이 나왔을 때도 위기를 맞았다. 영화는 그때마다 커다란 화면, 웅장한 사운드 혹은 입체적인 3D로 대체재에 저항했다. 이제는 모바일이다. ‘게임체인저’가 된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이 아닌 휴대폰 단말기 등 스트리밍 상영을 앞세운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극장에서 만나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여전히 극장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영화는 영사기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으나 스트리밍 시대에는 저항하고 있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는 올해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부문 출품을 금지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의 ‘마이어로위츠’가 경쟁작에 출품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프랑스 극장협회는 “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영화를 경쟁 부문에 초청하는 것은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결국 2018년 올해부터는 극장 상영 영화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이번에는 넷플릭스가 경쟁부문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자사 영화를 거둬들이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로부터 3개월, 올해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를 껴안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 로마’, 끝내 완성된 오선 웰스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 등 칸 국제영화제에서 볼 수 없었던 넷플릭스와 화제작을 부산에서 만나게 됐다.
칸과 넷플릭스의 갈등은 관객의 영화 시청 행태의 변화와 이로 인한 영화 산업의 구조적 변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칸 국제영화제가 올해 넷플릭스 영화를 거절했지만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칸은 경쟁 부문에서 넷플릭스 영화를 잘라냈지만 베니스는 경쟁부문에 ‘로마’를 올리는 등 6개의 넷플릭스 영화를 초청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넷플릭스 초청에 대해 “새로운 제작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를 외면할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쉬엄쉬엄 광장에 도착한 건 해가 저문 늦은 오후였다. 광장 한쪽 야외 카페에서 벽면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네마천국’ DVD를 노트북에서 켠 후 바로 그 장면을 찾아보면서 와인을 마셨다.
생각해보면 극장 스크린이든, 낡고 오랜 벽면이든, 13인치 노트북이든, 손바닥 만한 휴대폰 화면이든 무에 문제가 될 것인가. 영화가 주는 매력은 플랫폼이 주는 시청각의 충격이 아니라 현실 같은 환상이 주는 심적 감동이 아닐까.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특징은 화합, 정상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라고 표명했다. “내 제일 큰 자산은 상상력”이라는 스티블 스필버그의 말처럼 영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화합을 도모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