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소주, 맥주 등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담배부담금’을 거두는 담배처럼 술도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건강 위해요인인 만큼 이른바 ‘주류부담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취약한 건보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재원확보 통로를 다양화하자는 발상이지만 담뱃세 인상에 이어 국민건강을 내세운 제2의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건보재정은 급속한 고령화와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 추진 등으로 올해 7년 만에 1조100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한다. 20조 원가량인 적립금도 2026년이면 고갈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내년도 건보료를 8년 만에 가장 큰 폭인 3.49%나 올린 배경이다. 하지만, 매년 적자 폭이 커지면서 기금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공단으로서는 새 재원확충 방안이 절실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술에 부담금을 매기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담배와 마찬가지로 소주, 맥주 등은 주로 저소득층이 많이 소비하는 데 주류부담금이 부과되면 값이 최대 30%가량 오른다고 한다. 또한, 간접세는 소득이 낮을수록 조세부담률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건강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재원 대책도 없이 곳간을 풀고는 서민 주머니를 털어 메우려는 꼴이 아닐 수 없다.
건보공단은 서민층 기호품에 손을 대 쉽게 세금을 걷으려 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심각한 건보료 누수를 막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사무장병원에 불법으로 새나간 건보료가 1조6000억 원에 달한다. 요양기관과 개인에게 잘못 지급돼 환수해야 할 부당이익금도 3조5000여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줄줄 새는 건보료가 주류부담금 추정액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와 건강 보장성 강화 추세를 고려할 때 건보재정 확충의 당위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서민들은 지금 고용 불안정에 소득 감소, 물가 상승 등으로 사면초가의 처지다. 더구나 내년도 보험료 인상을 결정한 지 3개월도 안 된 시점이다. 자칫 담배처럼 서민 가계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주류부담금 부과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무리하게 밀어붙일 게 아니라 거둬들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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