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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농협은행장은 5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농협은행의 디지털 금융 역량은 다른 경쟁은행보다 1~2년 정도 앞서있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각 시중은행들이 올해 하반기 영업을 본격 개시한 가운데, 이 행장은 재임기간 중 반드시 추진할 ‘버킷리스트’로 △디지털 혁신 △글로벌 진출 △투자금융 확대 △기업여신 강화 △마케팅 세련화 등 5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이 행장은 “앞으로 3~4년 후 ‘미래 1등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디지털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며 “향후 계속해서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혁신 서비스들을 폭넓게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을 5대 버킷리스트의 첫번째로 꼽은 이 행장은 인터뷰의 상당부분을 농협은행의 디지털뱅킹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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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협은행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으로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한편 ‘스마트고지서’와 같은 생활형플랫폼 서비스를 넓혀 디지털 선도은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하반기 3.0버전 출시를 앞둔 ‘올원뱅크’는 가입자 수가 23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간편송금 사용건수가 2400만건을 넘어섰다. 모바일앱을 통한 외화 환전과 해외송금 활용이 급증하는 등 실 이용자 비중이 77%에 달할 정도로 서비스 충성도도 높다. 비대면 상품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달 중에 비대면 상품가입이 ‘24시간·365일’ 가능하도록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 내 디지털 및 IT 부서들과 핀테크 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해 미래 신(新)수익원을 창출하고 디지털금융 1등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사업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금융의 새로운 개념설계를 제시한 오픈API 선도은행으로서 더욱 시장 친화적이고 핀테크 업계가 꼭 필요로 하는 맞춤형API를 만들어 나간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15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출범한 지 만 2년을 넘어선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통해 농협은행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는 오픈API 수는 125개에 이른다.
이 행장은 “올 초 유럽연합에서는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Payment Services Directive) 2’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각 은행별로도 독자적인 오픈AP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는 은행권 오픈API를 기반으로 디지털금융 생태계가 활발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동일한 맥락에서 농협은행은 은행권 최초의 핀테크 육성기관인 NH핀테크 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사업확장을 위한 멘토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H핀테크 얼라이언스라는 스타트업 조직 구성을 통해 투자연계, 기술세미나, 네트워킹 강화 등을 꾀하고 있다. NH핀테크 오픈API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의 성능·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업계 최초로 구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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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은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MFI) 인수를 추진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인도네시아·인도 등 5개국 중심의 글로벌 사업은 △베트남 하노이지점의 여신경쟁력 제고 △캄보디아 MFI 인수 추진 △미얀마 영업구역 확대 △인도 뉴델리사무소의 지점 전환 등을 실시한다.
이 행장은 “베트남 하노이지점의 인력과 점포규모를 확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베트남 국영은행인 아그리뱅크(Agri Bank·농업농촌발전은행)와도 핀테크·농업금융 분야 업무협력(MOU) 관계를 맺은 만큼 한국 농협은행 직원을 아그리뱅크 각 지점에 파견해 현지 영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개했다. 보험·증권·카드 등 8개 자회사를 둔 아그리뱅크의 영업점포는 총 2253개로 현지 최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 행장은 또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국내외 모니터링 기능과 업무처리·보고체계를 더욱 강화해 선진은행 수준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과의 신뢰 형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유지시키기 위해 ‘투자금융’(IB) 부문을 강화한다. 전통적인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부동산·인프라·유동화·인수합병(M&A) 금융 등 신사업 발굴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원을 확보하고자 조직 운영체계를 개선하고 인력 및 예산을 확충할 예정이다. 특히 전문인재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성과보상 우대방안을 마련해 우수한 인재풀을 양성한다.
이 행장은 “범(汎)농협은 약 200조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산운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투자금융 경쟁력과 수익 창출력을 강화하고 오랜 시일 농협은행이 쌓아온 공공금융 노하우를 발전시켜 국민들에게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우량 ‘기업여신’을 중심으로 자산을 증대해 포트폴리오 질을 제고한다. 이를 위해 기술력 있는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고급화하고 기업여신 심사역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소매금융에 집중된 행 내 리테일 선호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게 이 행장의 각오다. 임직원의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영업점 단위의 토론식 학습문화를 확산시키고 직원이 중심이 돼 고객 입장에서 필요한 상품 선택과 상담화법 등을 스스로 토의해보는 학습을 통해 영업점 직원들의 세일즈 역량을 세련화해 나간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은 농업금융 및 범농협 농경제사업과 연계해 타행과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이를 사업모델로 해서 농업국가인 동남아 진출뿐 아니라 통일 이후 대북 진출에도 최적화된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1960년 6월 경기 포천 출생 △1981년 2월 농협대 졸업 △1985년 11월 농협중앙회 입사 △1994년 5월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조교수 △2009년 1월 농협중앙회 서수원 지점장 △2010년 1월 농협중앙회 광교테크노밸리 지점장 △2013년 1월 NH농협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 △2015년 1월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2016년 1월 NH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2016년 11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 △2017년 12월~ 현재 NH농협은행 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