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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혐의를 받고 있는 함 행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곽 판사는 “피의 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모든 사정을 고려했을 때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은행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은 상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좀 더 지켜보고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경영 리스크 등도) 함께 고려해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비리 검사에서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및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등 총 13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적발됐다. 사외이사 지인 등을 별도 명단으로 관리해 ‘글로벌 우대’ 사유로 서류 전형 통과 혜택을 부여하고 서울대, 연대, 고려대 등 소위 SKY 출신과 외국대학 출신 등 명문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임원 면접 후 점수를 임의로 조정해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탈바꿈시켰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함 행장이 하나은행 사외이사·계열사 사장과 연관된 지원자들에게 사전 공고하지 않은 전형을 적용하고 임원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등 특혜를 줬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함 행장이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불구속 기소로 법정다툼을 이어갈 경우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 노조 측은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현직 행장이 이 같은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윗선 공모여부 등 수사 범위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지난 2~4월 동안 3차례에 걸쳐 하나은행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함 행장의 행장실에서 업무용 휴대전화 등 각종 증거 자료를 압수하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아울러 지난달 25일 함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29일 김 회장도 소환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함 행장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