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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는 이날 대연정 구상 합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정 합의는 안정적인 정부를 위한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협상 타결을 선언한 후 “우리가 미래에 계속해서 좋은 환경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디지털화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최대 쟁점이었던 기간제 근로 계약 기간을 현행 최대 24개월에서 18개월로 낮추기로 절충했다. 내각 배분 문제도 사민당에 재무장관과 외무장관 등을 내주는 ‘통 크게’ 양보했다. 특히 재무장관직은 기민당이 8년간 양보한 적이 없는 자리로 사민당이 가장 큰 실리를 챙긴 부분으로 꼽힌다. 각각 사민당 소속의 올라프 슐츠 함부르크 시장과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타협을 해야 했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털어눴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회견에서 “연정 합의서에 따라 유럽연합(EU)의 미래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독일은 다시 EU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4연임을 예약했었다. 그러나 이른바 ‘자메이카(기민·기사-자유민주-녹색) 연정’ 협상이 실패하면서 재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사민당이 제1야당을 선언하면서 메르켈 총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자메이카 연정’이 유일했다. 하지만, 난민 가족 재결합 등 쟁점 사안에 대한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끝내 없던 일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재선거를 치르거나 소수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었다.
막판 메르켈 총리가 뽑아든 카드는‘사민당’과의 대연정. 메르켈 총리의 정치력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양측은 5일간의 예비협상을 벌여 지난달 12일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본협상에서는 난민 가족 재결합과 기간제 근로 계약, 건강보험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이 전개된 끝에 협상 마감시한을 3일 넘겨 타협이 이뤄졌다.
메르켈 4기 내각은 이르면 내달초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이 46만3000여명의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데 3∼4주 정도가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메르켈 총리에게 순탄한 여정만 남은 것은 아니다. 사민당이 ‘중간평가’를 공언한 만큼 언제든지 재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4개월간의 대연정 협상은 정치적 혼란을 불러왔고, 이는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