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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서가]김동열 연구원장, 선순환구조 만드는 '정책 디자이너' 꿈

정태선 기자I 2018.01.24 04:01:00

'지적자본론', 소비자욕구·스타일 먼저 제안
'공정·혁신'이끄는 중기硏으로 지적재산 축적·육성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중소기업연구원이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정책 디자이너’(Policy Designer)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23일 “중소기업연구원을 지적재산이 충만한 최고 정책디자이너 집단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지적자본론’(저자 마스다 무네아키)을 소개했다.
지적자본론은 그가 연구원에 취임하자마자 만든 ‘코스비’(KOSBI) 독서클럽 첫 권장도서이기도 하다. 코스비는 중소기업연구원(Korea Small Business Institute) 영문약자로 연구원 내 전 직원이 참여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지정한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 지적자본론은 코스비 독서클럽 초대회장을 맡은 그가 최근 직접 읽고 나서 느낀 점을 설명하고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을 정도로 정독한 책이다.

그는 독서토론회에서 책을 매계로 평소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직원들과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까지 얻고 있다. 지적자본론을 기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곳은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이다. 이 곳은 지적자본론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언급한 일본 유명 도서관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별마당 도서관은 쇼핑몰 내 에스컬레이터 등으로 죽은 공간을 살려 책을 읽는 공간으로 만들고 강연과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하면서 코엑스몰 전체 상권을 살리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한다. 신세계에서 좋은 뜻으로 60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그 이상 경제효과를 보고 있다.”

실제 별마당 도서관이 생긴 후 코엑스몰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도서관 인근 매장들의 매출이 평균 30% 이상 늘어났다. 코엑스몰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기업들의 광고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별마당 도서관 인근 광고는 모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다.

별마당 도서관은 문재인 정부 ‘네 바퀴 경제성장론’(일자리·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정책적인 측면에서 고민 중인 김 연구원장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별마당 도서관이 벤치마킹한 일본 츠타야서점은 1983년에 1호점을 개설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본 전역에 1500여개 점포와 함께 60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했다. 츠타야서점을 창업한 이가 바로 마스다 무네아키다. 그는 이미 30년 전에 문화를 접목한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고 소비자들에게 먼저 제안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서적·DVD·CD를 한 매장에서 취급하는 츠타야서점을 창업했는데, 이전까지 이들 품목은 유통경로나 판매하는 도매상이 달라 함께 취급한 경우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생각을 한 그를 ‘이단아’로 취급했다. 하지만 그는 고객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기존 공급자 측면 질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같은 장르 영화와 소설, 음악이 함께 있다면, 하나의 상점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서점은 각 장르에 정통한 직원이 상품 매입부터 매장 구성까지 결정하고 제안까지 했다.

요리코너는 여성잡지 편집자 출신, 여행코너는 가이드북을 출간한 여행 저널리스트, 자동차코너는 자동차·바이크 전문서점 직원이 ‘지적자본’ 역할의 접객 담당자를 맡아 서점이라는 공간을 확장·완성시켰다. 이렇듯 틀을 깨는 사고의 전환으로 츠타야서점은 온라인서점 열풍 속에서도 건재할 수 있었다. 기존 서점과는 달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문화공간으로 차별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마스다 무네아키가 강조한 것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이라고 해서 외적인 부분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만이 지닌 체험과 특별한 감성을 제안하는, 이른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를 ‘지적자본’이라고 불렀다.”

김 연구원장은 “지금은 상품이나 판매장소 등을 일컫는 재무자본이 아니라,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해 고객 앞에 제안하는 지적인 작업, 디자이너의 시대”라면서 “기업이나 정부정책 역시 디자이너 집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지적인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환경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돼 있느냐가 조직의 사활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중소기업연구원 역시 최고 정책 제안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조직원들 모두 최고 정책 디자이너가 되도록 조직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네 바퀴 성장 가운데 공정과 혁신이 앞바퀴 역할을 제대로 해서 뒷바퀴인 일자리와 소득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정책 디자이너로서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이슈인 최저임금과 관련 “최저임금을 혁신임금이자 연대임금으로 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 3·4만달러로 가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지만 불가능한 길은 아니다”면서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사례를 보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4월이면 또 다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고, 6월엔 지방선거가 있는데 그 이전에 정책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들이 겪는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열 연구원장은?

199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실 중소기업담당 연구원을 거쳐 2000년 정동영 의원, 2004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는 현대경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수석연구위원, 정책연구실장, 정책조사실 이사대우를 역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유일의 중소기업 정책연구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을 맡아 이끌고 있다.

◇약력 △1965년 전북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학·석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수료)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실 연구원(중소기업담당) △한솔그룹 신규사업팀장(벤처투자) △국회의원 정책보좌관(4급·재정경제위, 정보통신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정책보좌관(3급)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이사대우) △현 중소기업연구원장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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