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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댐이 말랐다…가뭄 대책사업 수년째 '허송세월'

박진환 기자I 2017.06.02 05:00:32

충남 서부권 유일한 수원(水源) 보령댐, 준공 이후 처음으로 저수율 한 자릿수로 떨어져
광역 상수도 등 가뭄관련 대책 절차 이유로 수년째 서류작업 중..지역 주민들은 분통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지난달 31일 9.9%로 1998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저수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사진=충남도 제공
[충남 내포=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남 등 전국에서 극심한 가뭄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만 남발하고 있어 농민들의 불만을사고 있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가뭄피해 극복을 위한 중장기 대책 지원에는 관련 절차·규정 등을 이유로 수년째 보류하는 미온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남 서부권 유일한 수원(水源) 보령댐, 준공 이후 처음으로 저수율 한 자릿수

충남도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충남의 누적 강수량은 864.3㎜로 평년치(1280.5㎜)의 67.4%에 그쳤고, 도내 898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50.4%로 지난해 64.9%  수준이다.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지난달 31일 9.9%로 1998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저수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보령댐 저수율이 7.5% 이하로 떨어지는 '심각' 단계에 돌입하면 보령댐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지역은 제한급수를 시행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모내기를 못 하는 논이 속출하고 있고, 오랫동안 물을 공급받지 못한 밭작물도 타들어 가고 있다.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든 간척지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충남농업기술원이 최근 서산간척농지 A지구 농업용수원인 간월호 염도를 측정한 결과 4000ppm으로 영농 한계치인 2800ppm을 크게 웃돌며, 염분 농도가 이앙 한계를 뛰어넘었다. 가뭄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품목인 석유화학업종도 비상불이 켜졌다.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인 충남 대산산업단지 내 삼성토탈과 현대오일뱅크, 호남석유화학, LG석유화학, KCC 등 5개사는 공업용수 부족으로 당장 이달부터 조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지역에 특별교부세를 긴급 지원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물 절약을 홍보하고 있다. 충남도 역시 가뭄 지역 37개 지구에 477억원을 투입해 다목적 용수개발, 지표수 보강 개발, 농촌생활용수 개발 등을 추진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2조 4대강 사업은 예타 생략…가뭄 관련 중장기 대책사업은 수년째 서류만 

2015년 충남 서부지역은 42년 만의 유례없는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했고, 당시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충남도는 기후변화 등으로 가뭄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충남 서부권 광역상수도 사업, 대산임해산업지역 해수담수화 사업 등 중장기 대책안을 마련, 정부에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이중 충남 서부권 광역상수도 사업은 서산과 당진, 홍성, 예산, 태안 등 충남 5개 시·군에 70.5㎞의 도·송수관로를 연결해 서부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골자다. 총사업비 2632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15년 1월 충남수자원종합계획 수립을 기점으로 시작돼 지난해 4월 예비타당성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지난 3월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후 국토부와 기재부는 관련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 및 총사업비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준공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1년이다. 

대산임해산업지역 해수담수화(공업용수도) 사업은 대산산단의 공업용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총사업비 2200억원을 투입해 바닷물을 공업용수로 전환·공급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1일 10만㎥의 바닷물이 공업용수로 공급되며, 현재 아산공업용수도와 대호호에서 물을 끌어와 사용하고 있는 석유화학 입주업체들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사업 역시 2015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예비타당성 조사가 오는 9월까지로 예정돼 있고, 통과 된다고 하더라도 부처간 협의 등의 각종 행정절차로 오는 12월에야 사업 착수가 가능하고, 완공까지는 몇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기획재정부 등 해당 부처는 국비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고, 가뭄 등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해 다른 사업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해마다 찾아오는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주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

충남 서산에서 벼 농사를 짓고 있는 박태교(71) 씨는 "당장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역에 대해서는 무슨 예비타당성 조사다, 부처간 협의다 등의 이유로 수년째 서류만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든, 공무원이든, 제발 현장에 와서 사태의 심각성을 직접 보고 대책을 세우주길 바란다"며 분통을 떠뜨렸다.

충남도 관계자들도 "현재 물과 관련된 부처는 환경부와 국토부, 농림부 등으로 제각각 분리돼 있어 가뭄 관련 건의도 여러 부처에 걸쳐 별도로 해야 한다"면서 "국비지원을 위해서는 관련 법·절차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현장의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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