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이완구(65)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2대 국무총리로 부임해 ‘충청권 대망론’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가 이후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하루아침에 피고인 신분으로 전락하는 극단적인 신분변화를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이 의원이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 후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돼 세월호 문제를 원만히 수습하고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6·4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차기 여권 대선주자 군에 포함되면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대권 ‘다크호스’로 거론됐다. 당시 김무성 대표가 ‘탈박(脫朴·탈박근혜)’을 선언하고 독자노선을 걸으면서 친박계 자체 후보에 대한 갈증이 있던 상황이었다.
‘원박(원조 친박근혜)’인 이 의원이 연초 국무총리로 지명되면서 박심(朴心)이 사실상 공식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고, 이후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대망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의원의 고향은 충남 청양으로, 이 지역 3선 국회의원과 충남도지사를 지냈다.
당시 이 의원은 실세 총리로서 국정운영을 주도하고 원만한 당·청 관계를 이끌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총리 지명 후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며 “총리가 된다면 내각을 통할하는 입장에서 경제살리기에 온몸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본인·차남의 병역 기피 의혹과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불거졌고 결정적으로 언론 외압 의혹이 터지면서 곤경에 처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로 부임했지만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연루돼 불과 2개월 만에 총리직을 내려놨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경질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언론에 밝힌 내용과 성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육성으로 폭로한 내용이 달라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성완종 전 의원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이 최종 재판 결과에 따라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정치적 복권을 할 수는 있겠지만, 충청권 대망론 선두주자로서 가진 ‘프리미엄’은 이제 사라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의원은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출마해 유권자들에게 재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이 4선에 성공하고 법적으로 무죄를 받아 부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냉혹한 결과가 기다릴지 새해를 앞둔 정치권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