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모리반도체 이익 70% 잡겠다"…하이닉스·도시바 '비상'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 영업이익의 70% 이상 획득을 목표로 신기술 개발과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와 도시바가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손을 맞잡았지만 기술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이끌어낼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기술·물량에서 경쟁사 압도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영업이익 중 70% 이상을 독식하는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합친 전체 메모리반도체 매출 규모는 80조~90조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2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은 20조~23조원 수준. 삼성전자가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분기당 3조5000억~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된다.

증권업계는 내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분기당 영업이익을 3조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면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D램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도시바 등이 약진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 이익의 70~80%를 독차지했던 경험이 있다”며 “최근 추세를 감안할 때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D램의 경우 경쟁사가 개발조차 하지 못한 20나노 공정기술 기반의 8Gb(기가비트) LPDDR4 칩 양산에 성공해 서버용과 PC용, 모바일용 제품을 모두 선보였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V낸드에 TLC(트리플 레벨 셀) 기술을 접목시킨 제품을 선보이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경쟁사들은 아직 V낸드 초기 모델 양산도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중국 시안(西安) 낸드플래시 공장에 1조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는 등 생산설비를 확충하면서 증산 체제에 돌입했다. V낸드를 활용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앞서 시스템반도체 전용으로 건설된 국내 화성공장 17라인 일부를 D램 생산라인으로 전환키로 결정하고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모바일 D램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 SK하이닉스-도시바 ‘적과의 동침’ 미래 불투명

삼성전자의 질주에 긴장한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특허 분쟁을 끝내고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제기한 1조1000억원 규모의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고, 미세공정 한계 극복을 위해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등 차세대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는 게 골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협력 확대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잠재적인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게 됐다”며 “두 회사가 메모리반도체 선두 업체로의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협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지 여부는 미지수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강자인 도시바 입장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만큼이나 부담스러운 존재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수년 간 낸드플래시 관련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에서 한 발 앞서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TLC 기반의 V낸드 칩(아래)과 이를 활용해 생산한 SSD 제품.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