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최근 100엔당 9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1년 10월 평균 100엔당 1499원에서 3년 만에 무려 35% 이상 하락했다. 내년엔 원·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엔저 현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엔화 약세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세 인상 충격으로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무뎌지면서 엔화 가치가 더욱 하락하고 있다. 엔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인접국의 경쟁력을 빼앗는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엔저 쇼크가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 명동 상가의 매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을 방문한 일본인은 133만 56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13.7% 감소했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농산물도 환차손 때문에 대폭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엔저 때문에 수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우리 수출 상위 100대 품목 가운데 일본 수출 상품과 겹치는 품목이 55개에 달한다. 엔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우리 상품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환율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5.3% 추가 하락하면 우리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27% 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8억 달러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자칫 제2의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엔저 쇼크를 완화할 수 있는 안정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중소기업의 보험가입도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생산성 제고와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