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부 무능함 스스로 드러낸 車 연비 논란

안혜신 기자I 2014.06.27 06:30: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질문1: “똑같은 차량의 연비에 대해 국토부는 부적합하다며 과징금, 산업부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두 부처간 통일된 결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에 따른 소비자 혼선은 어떻게 하나요?”

답: “현재 법령상 에너지환경법과 자동차관리법에 연비와 관련된 절차가 있습니다. 그 두 가지에 대해 사전적으로 통일하지 못한 부분에서 정부의 불찰은 있습니다. 이런 부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중점적으로 마련해서 제도를 좀 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쪽으로 정책을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질문2: “(국토부에서)관계법령이 있으니 연비 사후검증을 해보자는 결정을 내렸지만 기존에 이미 같은 검증을 산업부에서 하고 있었다면 이것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국무조정실에서 해야하지 않나요?”

답: “부처 간 현행 규정에 따르면 사후관리를 하는 부서가 이와 관련된 다른 관계부처와 협의해야한다는 절차가 없습니다. 국토부가 연비관련 사후관리를 진행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다른 부서에서 인지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질문3: “현재 싼타페와 코란도 산 사람은 연비 검증과 관련, 두 부처가 내놓은 상반된 결과 중 어느 부처 말을 믿어야 하나요?”

답: “송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 보호 관련해서 정부는 배상 명령 의무가 없습니다.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정부가 발표한 결과에 대해 소비자 스스로가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자동차 연비 사후관리 조사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나왔던 문답 내용 중 일부다.

같은 차에 대해 두 부처가 각기 다른 연비 사후관리 조사 결과를 내렸다면, 소비자는 어느 부처의 결과를 믿어야 할까? 정부 대답을 토대로 한 정답은 ‘네 맘대로 하세요’다.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 연비 사후관리 조사 결과 산업부는 ‘적합’ 판정을,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따른 소비자 혼선이나 피해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아 스스로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무능함을 드러내게 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적인 관심을 반영해주듯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논란이 됐던 산업부와 국토부의 연비 조사결과에 대해 전혀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브리핑은 오히려 혼선만 키운 꼴이 됐다. 이런 혼선은 브리핑 시작 전부터 예고됐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가 각각 다른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각자 배포하는 촌극이 발생한 것이다.

통상 합동 브리핑은 총괄 부처가 포괄적인 내용을 먼저 발표한 뒤, 해당 부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내용은 물론 각 부처간 조율을 거쳐 통일된다. 하지만 이번 합동 브리핑에서는 각기 다른 결과를 담은 자료를 동시에 배포하고 발표한 것이다.

내용은 더욱 황당했다. 부처 간 갈등을 중재한 기획재정부는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이나 소비자 피해 구제에 대해서는 “절차상 의무가 없다”면서 물러섰다.

이 모든 일을 컨트롤 해야 하는 국무조정실 역시 “한 부처에서 어떠한 사안에 대해 다른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는 절차상 의무가 없다”고 답변해 취재진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결론적으로 부처 간 갈등은 물론 이를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무능력함을 정부 스스로 브리핑을 통해 인정한 셈이다.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도 “정부는 소비자 배상 명령 의무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다.

무려 1시간이 넘게 진행된 간담회의 결론은 ‘정부는 배상 책임이 없으며,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었다. 스스로 불통과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무능함을 드러내고, 형식적인 사과를 내놓는데 그친 정부.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