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구글을 이끄는 에릭 슈미트 회장이 지난 7일 한 발언이 뉴스를 장식했다. 구글의 개인 정보 보호가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슈미트 회장은 “우리는 개인 정보 문제를 매우(very) 걱정하고 있다” “당신 정보는 정부나 스파이로부터 정말(pretty sure) 안전하다” “구글은 사용자 정보의 안전을 아주(very very) 단언할 수 있다” 등 발언을 거듭 이어갔다. 일종의 절박함이 엿보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도 화제에 올랐다.
페이스북이 최근 우리 돈으로 20조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모바일 메신저 앱 ‘왓츠앱‘을 인수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 전자사생활정보센터(EPIC) 등은 그간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변경해오는 방식으로 사용자 정보를 광고 사업에 이용해왔던 페이스북을 규탄하며 왓츠앱 회원 정보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명확히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그간 유럽보다는 개인 정보를 덜 민감하게 다뤘던 미국에서 이제 개인정보의 파급력과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 정보를 인격권 등 기본권 측면에서 접근했던 유럽과는 달리 개인을 홍보하기 위해 공개할 수도 있는 일종의 자산이나 수익적 창구의 하나로 바라봤던 미국에서도 21세기 가장 무서운 범죄가 개인정보 유출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비슷한 우려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지고 있다. 1억 건이 넘는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올해 벽두부터 나라가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사 경영진들이 일제히 큰 절을 올리는 등 외신에서 주목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던 당시의 위기감은 한 풀 꺾인 지 오래다. 10일 정부에서 발표한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봐도 알맹이가 빠진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도 부족한 판에 신용정보법 등 개정해야 할 관련법이 너무 많아 언제 시행될 수 있을 지조차 미지수이다.
게다가 카드사 유출 이후 통신사 KT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2주나 미뤄진 대책은 ‘금융‘에 한정된 제재만을 담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나온 이유다.
페이스북에 으름장을 놓는 미국 시민단체가 던진 질문을 이제는 우리에게 물어야 할 때다.
당신의 정보는 ‘정말, 정말(very very)’ 안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