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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일단 본인이 느껴봐야죠. 정확히 알고 직접 혜택을 받아보면 필요성을 공감하게 될 거에요.”
휴대폰을 사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인터넷으로 가격을 검색해보고, 대리점을 돌아다니며 어떤 물건이 좋은지, 더 싸게 파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을 할 것이다. 그러고도 물건에 문제는 없는지, 대리점에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본다. 제대로 사전조사를 안하고 물건을 사러 갔다간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휴대폰 하나를 살 때도 이렇게 깐깐한 소비자지만, 매달 내 월급의 30%를 거둬가는 세금에 대해서만은 유독 관대하다. 당장 세금을 걷어갈 때는 화가 나지만, 막상 걷어간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는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다.
김태일(49)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라는 책을 펴낸 이유다. 김 교수는 “자기가 사려는 물건을 잘 모르는 소비자는 장사꾼에 당하기 쉽다”며 “국민이 정부의 경제활동을 잘 알고 있으면 절대 국민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바가지 쓰지 말자. 공복이 주인을 위해 제대로 일하게 하자”고 강조한다.
때문에 김 교수의 책은 일반인들이 정부의 예산과 재정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고 평가받는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일독 강추’를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가 재정에 대해 쉽게 볼만한 책이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썼어요.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변하는 사회와 복지 수요 속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재정전문가다. 지난 1999년부터 ‘좋은예산센터’ 소장으로 활동하며 정부 재정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벌써 활동한 시간이 14년이 흘렀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 정부 재정에 대한 이해와 감시는 낯선 부분이다.
“이번 책은 반성의 의미도 있어요. 전문가집단이 아닌 시민 중심의 운동이었는데, 아무래도 내용이 전문적이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고 고민이 많았어요. 앞으로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운동을 많이 하려해요.”
예를들어 시민이 직접 국가 예산의 일부를 운영한다고 가정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또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전문가 집단이 실현 가능하도록 발전시킬 수 있다는 계획이다.
“복지를 확대하거나 개혁을 할 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부여야 해요. 정부가 내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 정부를 이해할 수 있고 감시할 수도 있어요. 내 돈을 정부가 알뜰하게 쓴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증세든 뭐든 합의할 수 있는거니까요.”
김 교수는 국민이 정부를 못 믿기는 이유는 정부가 하는 일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정보 공개가 제대로 돼야 하는 이유다.
“중앙 정부 차원의 정보공개 제도는 잘 갖춰져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문제죠. 정보를 찾아보려다가도 절차가 어려워 중간에 포기하기도 해요. 사람들이 찾기쉬운 시스템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김 교수는 대표적으로 예산을 낭비한 정부 정책으로 4대강 사업을 예로 든다. 하지만 누군가는 4대강 사업이 경제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정부 사업이 낭비성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것은 결국 개인이 가진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정책을 선택할 때 중시하는 가치는 다르더라도, 판단을 위한 ‘팩트’는 분명이 해야 하죠. 예를들어 ‘복지는 근로를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복지가 근로를 저해한다는 판단의 근거가 뭐죠? 우리나라 복지제도 중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의료보험과 연금, 무상보육이에요. 건강보험을 확대하고 연금을 더 주면 근로의욕이 저하되나요? 무상보육을 하면 일을 할 수가 없나요?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아니거든요. 가치판단은 다르겠지만 근거가 되는 팩트만은 제대로 알아아죠.”
‘막연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지금 공무원 연금 안내는 사람은 없죠. 수급자가 나오면서 그 혜택을 알게됐거든요. 건강보험도 마찬가지에요. 내는 게 이익이니 반대하지 않죠. 잘 모르면 막연하게 불신으로 가게 되요. 잘 알아야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잘 알아야 정부가 마음대로 못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