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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人]돈을 부르는 '辛의 DNA' 농협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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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 기자I 2013.01.15 07:20:00

신동규 회장 "올해는 비이자 수익, 해외 사업 늘린다"
"단위조합과 금융지주 서로 시너지 내는 게 협동조합 정신"
"박근혜 정부, 금융회사 장사할 여건 잘 만들어주기를"

[이데일리 권욱 기자]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서울 서대문 농협 본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농협은행의 DNA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항상 팔자가 그렇단다. 다 지어진 집에 들어가 중간만 가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자리는 늘 그를 피해 갔다. 아직 기초공사도 제대로 안 된 곳에서 새집을 짓는 일, 쓰러질 위기에 처한 집을 보수하는 일만이 그에게 주어졌다. 신용위험을 관리할 변변한 시스템도 없었던 수출입은행의 은행장.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금융회사의 대표격인 전국은행연합회장 등.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이 걸어온 금융 인생이 그렇다. 이번에도 이런 ‘팔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호탕한 웃음 뒤에 감춰진 과단성 있는 고집은 위기를 정면에서 맞서 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의 다른 표정일 것이다.

“항공모함이 방향을 틀려면 서서히 틀어야지, 잘못하면 허리 확 뿌라진다카이….”

구수한 경상남도 사투리가 회장 집무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현재 반세기 동안 굳어진 농협금융의 ‘협동조합 DNA’를 돈 잘 버는 ‘금융회사 DNA’로 바꾸려 한다. 농협이 가진 네트워크의 힘, 여기에 역동적인 조직 문화와 IT 설비만 갖추면 이듬해에는 금융권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은행은 방카슈랑스, 외환 등 비이자 수익 쪽과 해외 비즈니스가 약점인데, 이쪽을 집중적으로 보강해야 해요. 국책은행들이 해외 플랜트 건설 현장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들어가면 우리도 함께 들어갈 겁니다.”

농협은행은 올해부터는 그동안 소홀했던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뉴욕에 지점을 내고 중국과 베트남에도 사무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자회사의 영업력을 키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해외 금융기관 인수합병(M&A)에는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또 적자 점포는 과감히 줄이고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인원을 다시 배치하기로 했다.

영업력 강화와 함께 위험 관리도 특히 강조했다. “부실채권비율을 더 떨어뜨리고 부실화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정리도 추가로 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충당금을 더 쌓게 되면 올해도 실적이 썩 좋을 수는 없죠.”

실적. 실적이 문제다. 신 회장은 실적 얘기만 꺼내면 억울함을 토로한다. 꼼꼼히 따지면 장사를 그리 못한 것도 아닌데 외부에선 오직 숫자로만 판단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다.

“지난해 연간 순익은 4000억 원 안팎일 텐데 여기에 5000억~6000억 원은 더 얹어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지난해 3월 신용·경제부문을 분리하면서 한꺼번에 쌓은 충당금만 한 3000억 원 되고, 또 2000억 원쯤 되는 명칭사용료도 중앙회에 내야하고, 최근엔 퇴직급여 관련 재판에서 져, 충당금으로 한 500억 원가량 더 쌓아야 하잖아. 사실은 한 1조 원 정도는 벌어놨는데 남들이 실적 나쁘다고 하니 별로 마음이 좋지 않지.”

실직 이외에도 아쉬운 점은 더 있다. 농협중앙회 소속 상호금융기관인 단위조합들과 금융지주 계열사 간 협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고객은 단위조합보단 금리가 낮은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하는데 조합에선 농협은행이 고객을 뺏어간다고 오해를 합니다. 외환, 방카슈랑스, 카드 등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은데 안타깝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협동조합 정신이란 간단하다. 단위조합과 금융지주가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게 협동조합 정신이라고 덧붙인다.

박근혜 새 정부에 바라는 말에는 뼈가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다시 찾아온 관치의 시대에서도 은행권을 대표해 관을 향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다.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장사할 여건만 잘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겁니다. 다른 게 뭐가 있겠습니까.”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공약이 전혀 없었던 새 정부. 금융권에선 하다못해 ‘금융 허브 추진’처럼 생색내기식 공약일지라도 금융산업 발전에 신경 쓰고 있다는 진정성만이라도 보여주길 바랐다. ‘장사할 여건만 잘 만들어달라’는 것. 대중 영합주의에 치우친 선심성 정책보단 금융산업이 진정 발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을 바라는 일성일 터다.



◇ ‘혁신 또 혁신’..신동규의 10대 과제 먹힐까?

그동안 이익을 내는 데 둔감했던 협동조합 조직이 매 순간 수익과 위험(리스크)을 동물적으로 판단하는 금융회사 DNA를 가질 수 있을까?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계사년 새해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10대 혁신 과제를 내놨다. 오죽 간절했으면 모든 임직원에게 장문의 편지까지 썼다.

10대 혁신 과제는 크게 3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①핵심 사업역량 강화 ②선진 HR체계 구축 ③농협금융 Way 정립이다. 돈을 버는 사업은 키우고, 돈 잘 버는 직원에게 돌아오는 보상도 키우고, 돈벌이에 민감한 금융회사의 문화도 키워가자는 의미다. “돈 잘 버는 조직을 만들어 농민에게 부를 돌려주는 것”이 신 회장이 말하는 혁신이다.

세부 혁신 과제는 ▲수도권 경쟁력 강화 ▲해외 사업 강화 등 신성장 동력 발굴 ▲금융·유통을 결합한 범 농협 시너지 강화 ▲리스크 관리 체계 선진화 ▲성과·역량 중심 평가 ▲승진제도 개편 ▲다면평가제도 도입 ▲핵심 가치 전파·공유 ▲사회적 책임 강화 ▲소통 강화 등 10개다.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제도들이 눈에 띈다.

물론 신 회장 말마따나 새집을 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50년 동안 몸에 밴 협동조합 DNA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울 터다. 노동조합 등 구성원을 설득하는 일부터 버거워 보인다.

농협중앙회 노동조합은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된 농협의 신경분리 자체를 반대한다. 금융지주회사의 태생부터 부정하는 구성원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신 회장의 숙제인 셈이다.

신 회장은 “법에 따라 지주회사가 설립된 마당에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嘆)일 것”이라며 “오히려 금융의 논리로 과거의 적폐들이 고쳐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유통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등 전문성부터 살리기가 어려웠던 농협 조직. ‘잠자는 곰’과 같은 조직에 금융인의 뇌와 심장을 이식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경제 관료에서 금융인으로 화려하게 변신, 관과 시장을 두루 섭렵한 금융통이다.

신 회장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나 경남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73년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한국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재무부 자본시장과장, 옛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금융인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은 2003년부터였다. 한국수출입은행장, UBS증권(싱가포르) 선임자문역,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잠시 강단에 선 적도 있다. 2007년에는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2012년에는 동아대 경영대학 석좌교수로 있었다.

◎신동규 회장 약력

▲1951년 10월 거제도 출생 ▲경남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14회) 합격 ▲한국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근무 ▲옛 재무부 자본시장과장 ▲옛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 ▲주미 대사관 참사관(재정경제) ▲옛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기획관리실장 ▲한국수출입은행장 ▲UBS 증권(싱가포르) 선임자문역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동아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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