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아모레G(002790)가 태평양제약(016570)을 100%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태평양제약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 폐지될 예정이고, 태평양제약 소액주주 전원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아모레G는 최대 260억원의 비용이 든다. 이처럼 번거로운 절차와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아모레G가 태평양제약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G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태평양제약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태평양제약 주주는 1주당 아모레G 주식 0.0638710주를 배정받는다. 우선주의 경우 0.1196224주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태평양제약이 아모레G에 완전 자회사가 되면 기존에 하고 있던 코스메슈티컬 사업에 더 큰 중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태평양제약은 ‘에스트라’ 브랜드를 출시해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진출했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미용 목적의 기존 화장품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치료 예방 작용을 하는 화장품을 말한다. 또, 태평양제약은 보톡스 주사제 ‘메디톡신’을 독점판매하는 등 이미 필러와 보톡스 등 미용 성형 분야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요즘 화장품회사에서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제약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이나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의 경우 대규모의 연구개발비가 꾸준히 들어간다. 게다가 최근 약가인하 압박으로 제약업들의 수익성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태평양제약의 경우 3분기 매출액이 28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 가량 축소했다. 이에 따라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태평양제약이 계열사보다 100% 자회사로 있을 경우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평양제약 기존 주주입장에서는 연구개발을 통해 거둔 과실을 다른 계열사와 나눠 가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투자와 사업전개 등 전략적인 측면에서 상장사보다 비상장사를 다루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이익 기여는 크지 않겠지만, 태평양제약이 아모레G의 순수 자회사로 편입되면 그룹의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용식품과 코스메슈티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사실 제약과 화장품의 결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화장품 주문자생산판매(OEM)업체로 잘 알려진 한국콜마의 경우 1992년 제약사업에 뛰어든 이후 콜마파마(비알앤사이언스, 보람제약) 등을 인수하면서 제약업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코스맥스도 2007년 일진제약을 인수한 이후 시너지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코스맥스바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화장품이 제약품목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제약업을 병행하고 있으면 이런 부분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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