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으로 하락했다. 지수의 낙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재정절벽과 유럽 위기 우려에 경제지표마저 실망감을 안기자 도무지 기댈 만한 언덕을 찾지 못했다.
1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8.49포인트, 0.23% 하락한 1만2542.46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9.87포인트, 0.35% 떨어진 2836.94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2.16포인트, 0.16% 낮은 1353.33을 기록했다.
개장전 발표된 유로존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기 진입을 확인시킨 것이 부담을 줬다. 독일과 프랑스의 성장률이 나름 선방하긴 했지만,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의 성장 부진을 상쇄하진 못했다.
또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간 첫 재정절벽 관련 협상을 앞두고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급증세를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엠파이어 스테이트지수가 우려보다는 덜 하락했지만 별다른 힘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장 막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택경기 회복이 멀었다며 추가적인 부양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지수 낙폭을 제한시켰다.
이날 시장에서는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에너지 관련주가 소폭 반등했지만, 소비재와 이동통신주 부진에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주인 애플이 또다시 2% 이상 하락하며 주가가 53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최근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9월 최고가에서 25%나 추락한 것이다.
순이익이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인해 월마트 주가는 4%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경쟁사인 타겟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과 시장 기대를 웃도는 4분기 이익 전망 덕에 1.73%나 올랐다. 장 마감후 실적을 공개하는 의류 소매업체인 갭도 1.1% 하락했다.
또한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는 잔 필즈 미국사업부문 대표가 물러나기로 했다는 소식에 0.67% 하락했고, 유나이티드 컨티넨털도 자회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벌써 세번째 대규모 컴퓨터 사고를 냈다는 소식에 2.35%나 하락했다.
◇ 버냉키 “주택경기 회복 멀었다..모기지대출 너무 깐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회복이 아직 멀었고 은행들의 모기지대출 기준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애틀란타에서 열린 HOPE 글로벌 존엄성 정상회담에서의 연설에서 “연준이 최근 실시한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 프로그램이 주택시장에 필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주택시장 버블이 지난 2007~2009년 금융위기의 핵심이었고 이후 주택시장이 계속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지표가 다소 살아나고 있고 회복의 방향은 고무적이지만, 지금까지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주택가격은 버블 이후 3분의 1 수준이나 폭락했고 이제 반등을 시작했으며 건설활동이나 주택 판매, 가격도 위기 이전에 비해 아직도 너무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택경기는 아직 숲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버냉키 의장은 은행권에 대해서도 모기지대출을 확대해 주택경기 부양에 기여해달라는 간접적인 압력도 제기했다. 그는 “일부 대출기준 강화는 주택가격 버블을 막기 위해 적절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대출기준이 너무 타이트해 주택 구입에 필요한 대출까지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 ‘빚부담 줄이자’..그리스, 국채 조기환매 검토중
그리스 정부가 채무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조기에 되사들이는 환매(바이백)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 정부가 늘어나는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기존 국채 보유자들에게 적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금리 수준으로 국채를 되팔도록 요구하고, 이에 응하는 채권단의 국채를 되사 채무규모와 그에 따른 이자부담을 줄이겠다는 것. 이미 대규모 손실을 상각 처리했던 투자자들을 감안하면 그나마 약간이라도 이익을 내는 수준에서 국채 매각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일부 변호사들과 은행가들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25유로센트 수준보다 크게 할인된 27~33유로센트에서 바이백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현재 3400억유로의 국채 가운데 400억유로 정도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정부부채를 GDP대비 120%까지 줄인다는 목표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같은 국채 바이백은 그리스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논의되는 방안들 가운데 하나다. 이와 함께 그리스 정부와 의회는 최근 310억유로의 차기 구제금융 지원금을 받기 위해 또 한 차례 추가 긴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유로존은 국채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율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강구하고 있다.
◇ 美연방주택청 보유고 탕진..사상 첫 ‘국고투입’ 우려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모기지대출 보증업무를 해오고 있는 미국 연방주택청(FHA) 보유고가 조만간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78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 혈세가 투입될 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소식통들을 인용, FHA가 최근 모기지대출 연체 증가로 인해 자체 보유고를 대부분 탕진했다고 보도했다. FHA는 이르면 이번주중으로 이같은 사실을 정부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등 민간 모기지업체들의 모기지 활동이 극히 위축됐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FHA가 보증을 서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함께 국책 모기지업체인 페니매이와 프레디맥까지 보증에 나서 전체 신규 모기지의 90%를 이들이 보증해줬다.
보증규모에서는 FHA가 페니매이와 프레디맥보다 적었지만, 보증 모기지의 연체율은 FHA가 더 심각했다. 이로 인해 FHA의 보유고는 지난해 12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대출 보증의 0.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연방법에서는 FHA가 보증대출의 2%를 보유고로 쌓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처럼 FHA의 보유고가 고갈된다면 정부는 모기지 보증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FHA 78년 역사에 처음으로 납세자들의 돈을 투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FHA는 의회 승인없이 재무부로부터 모자란 보유고를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일각에서는 재무부가 FHA가 보증대출의 2%에 상응하는 보유고를 쌓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되 이를 충당하기 위해 모기지 보험수수료율을 인상하고 연체 대출자들과 추가적인 법적 합의를 마무리하는 방안을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FHA가 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FHA가 최고 대출한도를 낮추고 최저 다운페이먼트(주택 구입시 대출자가 처음 납입하는 종자돈)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특정 수입 이하의 대출자들에게는 FHA가 보증할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유로존, 3Q성장률 -0.1%..3년만에 경기침체 진입
유로존 17개 회원국들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또다시 후퇴하며 지난 2009년 이후 3년만에 경기 침체기에 재차 진입했다.
이날 유로존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 3분기중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0.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2분기의 0.2% 후퇴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역성장을 보인 것으로, 통상 2분기 연속으로 GDP가 위축될 경우 경기 침체로 판단한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의 GDP는 1.1% 후퇴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각각 0.2%, 0.3%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침체국면을 재확인시켰다. 그나마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의 더블딥을 막아낸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GDP가 전분기보다 0.2% 성장했다. 2분기 성장세(0.3%) 보다는 둔화됐지만 시장 예상치인 0.1%보다는 나은 수치였다. 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됐던 프랑스는 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 연간으로도 유로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현재 올해 유로존 경제가 0.4% 후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내년 성장률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내년에 대한 희망도 줄어들고 있다.
◇ 美경제, 허리케인 충격컸다..고용·소비·제조업 ‘휘청’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이 미국 경제에 입힌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고용과 소비, 제조업경기가 동반 악화되며 살아나려던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피해복구와 연말 홀리데이 시즌 기대감이 있지만, 이 역시 재정절벽 우려감에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또다시 부양기조를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7만8000건이나 급증한 43만9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말 이후 1년 6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증가건수는 지난 2005년 9월 이후 가장 컸다. ‘샌디’의 영향으로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고, 이미 일자리를 잃고도 전주 실업수당을 청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뒤늦게 밀린 것도 이처럼 청구건수가 급증한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추세가 중요한데,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일 이동평균 건수는 지난주 38만3750건으로, 6월말 이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뉴욕주 주변 제조업 경기도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10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마이너스(-)5.2를 기록해 경기 확장과 위축의 기준치인 제로(0)에도 못미쳤다. 실제 서베이에서도 모든 기업들이 ‘샌디’로 인해 일부 조업활동이 중단됐었다고 답했다.
소비경기도 충격을 받았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중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지난 9월 1.3% 증가에서 감소로 급선회한 것이며, 지난 6월 이후 넉 달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동차와 휘발유, 건설자재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 역시 0.1% 감소하며 소비경기 악화를 재확인시켰다. 자동차 판매는 1.5% 줄어 작년 8월 이후 1년 2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