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올해 연말이면 약 3조원의 현금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부터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두산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일축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용현 회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 옌타이 금해만(金海灣)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내년에도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캐시플로우라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 두산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두산은 현재 2조6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연말까지 잘하면 3조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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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향후에도 캐시플로우를 적정선에서 유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올해 그룹의 실적에 대해 "경기침체기이지만 회복기를 대비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노력을 많이 했다"며 "작년보다는 전체적으로 저조한 수준이지만 매출 22조원, 영업이익 75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도 전망에 대해서는 "매출 24조원에 영업이익 1조5000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원천기술, 선제적 기술 개발 등에 주력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기술력을 가진 회사의 인수합병 통해 스피드 경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하이닉스와 대우조선해양에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하이닉스는 우리와 전혀 업종이 같지 않다고 보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인수를 검토했다가 그만 둔 것이어서 관심이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미래가치가 있고 두산(000150)과 같은 비전을 가졌다면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또 인수 이후 각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인수 가격이 적당해야한다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그는 "그룹 내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된 해당팀이 항상 예의주시 하고 있고 언제든지 할 준비가 돼있다"며 "당장 M&A 할 대상은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할 준비는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박 회장은 서울대 병원장 시절과 비교할 때 지금이 훨씬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병원장 시절과 현재 중 어느 때가 더 힘드냐는 질문에 "온실에 있다가 정글에 나온 기분"이라고 답했다.
박 회장은 "대학사회보다 치열한 경쟁이 있는 산업사회는 정글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그때는 계열사 사장이었고 지금은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인데 업무의 양은 의사 때보다 적지만 그 규모가 주는 스트레스는 그때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두산의 장점에 대해 "대기업이 잘못되면 만연되기 쉬운 대기업병 혹은 권위주의가 우리에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상당히 자율성을 강조해 잘 운영하고 있고 일선에 책임을 위임해 다른 대기업과 같은 권위주의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단점에 대해서는 "두산에는 10년 넘게 두산 직원으로 근무한 구성인원 비중이 낮아 경영진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적은 것이 안타깝다"면서 "최고 경영진부터 바닥까지 일관된 비전을 갖고 조직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어 두산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두산의 비전이고 꿈"이라며 "두산이 113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데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