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기자] 국내증시가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겉으로 드러난 모습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불만스럽기 그지없다. 뉴욕증시가 전날 2% 이상 크게 올랐는데도 우리는 고작 0.5% 상승에 그쳤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상대적인 약세국면은 제법 길게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 일봉차트를 보면 벌써 나흘째 연속으로 음봉이 그려지고 있다. 지수가 초반에 미국발 호재로 반짝 상승한 뒤 갈수록 그 힘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최근 열흘 가운데 무려 7번의 음봉을 그렸으니 더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한 마디로 현재 반등장세에 대해 투자자들은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인 듯하다. 하루 4조원에도 못미치는 거래대금이 이를 잘 말해준다.
증시 투자자들의 자신감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 `가격만 떨어지면 사겠다`고 벼르던 게 바로 엊그제였는데, 정작 가격이 떨어지니 덜컥 매수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치다. 실적이, 환율이, 유가가, 아니 모든 게 걱정스럽다.
최근 꾸준히 발행되고 있는 ELS(주가연계증권)만 보더라도 하락 배리어를 없애거나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둔 신종 스텝다운 상품이나 원금이 충실하게 보장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이게 바로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일단 코스피지수는 1580선 위로 올라서 있다. 시장에서는 1600~1610선 정도를 박스권 상단으로 보고 있으니 조금만 더 오르면 매수에 부담을 느낄 법도 하다.
국내외 상황도 그다지 우호적이진 않다. 달러-원환율이 전날 반등하긴 했지만 정부 개입이 예상되는 수준까지 떨어져 있고, 옵션 만기와 금융통화위원회라는 부담스러운 대형 이벤트가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어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이라면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거나 보복을 위해서라도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잠재적 악재일 수 있다.
다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이같은 상대적인 약세국면이나 변동성 확대국면은 어찌보면 절호의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할 것 같다.
코스피지수와 비교하더라도 대형 IT주나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들의 주가는 더 낮은 수준까지 내려와있다. 달러-원환율 하락 영향이 적은 건설주나 기타 내수주 매력도 부각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