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30일(현지시간) 약세로 마감했다. 은행 구제방안으로 거론되던 `배드뱅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불거진데다, 부진한 기업실적이 부담을 줬다.
미국의 작년 4분기 GDP(국내총생산) 수치가 예상보다는 덜 나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어 발표된 제조업경기 지표가 최악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148.15포인트(1.82%) 떨어진 8000.8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1.42포인트(2.08%) 하락한 1476.42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19.26포인트(2.28%) 떨어진 825.88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금융안정책이 확정될 때까지는 랠리가 쉽지 않고, 오히려 11년래 최저를 기록한 작년 저점을 테스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역시 뉴욕증시에는 부담이 됐다. (관련기사 골드만삭스 "美증시 11년래 최저점 테스트 배제못해)
◇ `배드뱅크` 불확실성에 은행주 약세
미국의 CNBC는 은행구제책 방안중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배드뱅크`가 자금조달 문제 등 장애에 부딪히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CNBC는 이에 따라 오마바 행정부가 내주중 금융구제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배드뱅크` 방안이 발표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CNBC는 또다른 소식통을 인용, 주말에 예정된 배드뱅크 관련 정부 회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에선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국유화쪽으로 방향을 틀지 모른다는 우려로 씨티그룹이 9% 가까이 떨어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장막판 낙폭을 크게 줄였지만 3% 가까이 하락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은행시스템에 대해 `극적인(dramatic)` 변화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의 국유화(de facto nationalization)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업종대표주 일제히 부진..다우 30종목중 3개만 상승
뉴욕증시에선 업종 대표주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중 상승한 종목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JP모간체이스 보잉 등 3종목에 불과했다.
다우 지수 종목인 알루미늄업체 알코아는 JP모간체이스가 2009년 손실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점이 악재로 작용해 7.7%나 하락했다.
다우 종목인 생활용품업체 P&G도 실적악재로 6.3%나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P&G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7% 감소했고 매출은 월가의 예측치를 밑돌았다. P&G가 2009년 전망치를 낮춘 점도 부담을 더했다.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이자 다우 종목인 캐터필러도 3.14% 하락했다. 최근 2만명의 감원을 발표한데 이어 이날 2110명의 감원을 추가로 밝힌 점이 실적우려감을 자극했다.
다우 종목이자 에너지종목인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경우엔 분기실적이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해 장중 오름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의 약세분위기에 휩싸여 1% 미만의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 아마존 실적에 17% 급등..데이타도메인은 실적에 31% 폭락
이날 뉴욕증시에선 인터넷 서점 및 쇼핑몰 업체인 아마존이 실적호재로 17%나 급등해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의 작년 4분기 실적은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했다.
태양광업체인 선파워도 작년 4분기 순이익이 6배나 증가한데다, 월가의 예측치도 30% 넘게 상회했다는 소식에 17%나 상승했다. 인터넷결제시스템업체인 사이버소스도 분기실적 호재로 21%나 급등했다.
이외에 의류업체인 콜롬비아스포츠웨어는 1분기 실적전망이 월가의 전망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로 10% 넘게 떨어졌고, 데이타 솔루션업체인 데이타도메인은 1분기 실적전망이 기대치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31%나 폭락했다.
◇ 4분기 GDP, 예측치 상회 불구 경기불안 자극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3.8%를 기록, 1982년 1분기 이후 26년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과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5.5%보다는 감소폭이 적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 경기도 26년래 최악을 기록했다.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의 1월 제조업 지수가 전월의 35.1에서 33.3으로 하락, 1982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국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1.2를 기록, 전월(60.1)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마켓워치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의 컨센서스인 61.5~61.9은 하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