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불 유가` 뉴욕증시 강타

하정민 기자I 2005.08.31 05:53:33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30일 미국 주식시장이 `고유가`라는 이름의 허리케인을 만나 무너졌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영향이 재차 부각되며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주식시장은 장중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유가는 한때 71불에 육박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게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8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집값 거품을 재차 경고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을 하향한 것도 우려를 더했다. 다우 지수는 장중 한때 1만400선을 뚫고 내려가 1만35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마감 무렵 국제 유가가 다시 7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식시장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 밖 호조를 기록한 것도 위안을 줬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50.23포인트(0.48%) 내린 1만412.82, 나스닥 지수는 7.89포인트(0.37%) 떨어진 2129.76에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는 3.87포인트(0.32%) 하락한 1208.41에 마감했다.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3.9% 높은 69.81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 휘발유 모두 사상최고

이날 국제 유가는 장중 70.85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NYMEX 정규 거래에서 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 당 70달러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83년 원유 선물 거래가 도입된 후 사상 최초다.

이 영향으로 휘발유는 물론, 난방유와 천연가스 등 기타 원유 제품 가격도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휘발유 선물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41.39센트(20.1%) 급등한 갤런 당 2.4745달러로 장을 마쳤다. 휘발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 때 2.50달러까지 치솟아 1984년 휘발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선물은 이날 오전 10시25분쯤 상승폭이 변동 제한폭인 25센트에 달하자 거래가 정지됐으며, 거래 재개 후에는 제한폭 위로 올라 내내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난방유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난방유 선물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8.8% 급등한 갤런 당 2.0759달러에 마감했다. 난방유도 장중 한 때 2.09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FRB "집값 상승세 둔화는 시간문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8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를 통해 "시기와 폭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는 둔화될 것이라는데 전반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FOMC 참석자들은 "일부 지역에서 주택시장이 다소 냉각되고 있다는 다양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은행들이 주택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신종 모기지 대출에 신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준 집행부도 "최근 들어 주택착공이 횡보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남은 기간동안 주택투자가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고유가와 고금리가 성장세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불구 소비경기는 호조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 발표에 따르면, 8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105.6을 기록, 전달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당초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수가 100.8로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마켓워치 집계)했었다.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지수가 4.3포인트 오른 123.6을 기록, 지난 2001년 9월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며 총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지수도 93.7로 0.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상무부가 발표한 7월 공장주문은 1.9% 줄어 석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폭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크다.

◆에너지주 강세

이날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지만 유가 상승을 호재로 인식하는 정유업체 주가는 상승했다.

미국 1~2위 정유업체인 엑손 모빌(XOM)과 셰브론 텍사코(CVX) 주가는 각각 0.33%, 1.73% 씩 올랐다.

원유 업종 지수도 큰 폭 상승했다. CBOE 원유 지수(OIX)는 1.16%, 아멕스 원유 지수(XOI)는 1.82% 올랐다.

◆보험주-항공주, 이틀째 하락..유통주도 약세

허리케인 영향으로 보험주와 항공주들은 이틀째 하락했다.

올스테이트(ALL)는 0.94%, 르네상스 리(RNR)는 1.36% 떨어졌다. 전일 보험주 중 거의 유일하게 상승했던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AIG) 주가도 0.42% 내렸다.

유가 상승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항공주들도 급락했다. 항공주들은 5% 내외의 낙폭을 보였다.

아메리칸 에어(AMR)는 5.30%, 컨티넨탈 에어(CAL)은 4.19%, 노스웨스트(NWAC)는 4.82%씩 떨어졌다.

유통주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3725개의 매장 중 123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고 밝힌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WMT) 주가는 1.01% 떨어졌다.

피해 복구 물자 수요로 호재를 누릴 것으로 평가받았던 홈디포와 로우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로우스(LOW)는 2.65%, 홈디포(HD)는 1.71% 급락했다.

◆모건스탠리, 인피니온 약세

모건스탠리(MWD) 주가도 0.37% 하락했다. 이날 주요 외신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모건스탠리에게 1000만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모건스탠리에게 쏟아졌던 몇 건의 소송과 관련해 모건스탠리가 이메일 기록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독일 반도체업체 인피니온(IFX)은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비디오 게임 콘솔 `X박스 360`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인피니온은 2.41% 내렸다.

또다시 합병으로 덩치를 불릴 계획을 밝힌 미국 3위 무선 통신업체 스프린트 넥스텔(S) 주가는 1.29%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프린트 넥스텔이 두 개의 중소 통신업체를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프린트 넥스텔이 미국 남부의 걸프 코스트 와이어리스와 IWO 홀딩스를 각각 2억8750만달러, 4억2700만달러에 매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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