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외환시장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압도하며 집중조명을 받았다. 달러/원 환율이 1130원대에서 1200원대로 폭등한 지난주 환율기사는 모든 신문의 1면 머리를 장식했고 TV뉴스에선 앵커의 긴박한 목소리에 실려 머릿기사로 소개됐다. 97년 외환위기이후 처음이었다.
이번주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환율전망은 폭등과 폭락으로 엇갈린다. 횡보장세를 점치는 외환딜러들도 있다. 그래서 전망치는 1160~1220원의 넓은 범위로 퍼져있다. 주간 전망치의 변동폭이 60원에 이른다면 전망이 무의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주 환율을 움직일 변수들을 찾아 그 실현가능성을 점검해보는 방법이 그나마 유효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외환당국의 의도다. 연말 자금사정이 다급한 기업들이라면 더욱 관심을 가질 대목이다.
상승요인 : 당국의 원화가치 하락 용인 가능성, 상승추세 지속에 대한 기대, 엔 및 동남아 통화에 대한 달러강세, 공공부문 구조조정 지연등 위기감 고조
하락요인 : 외국인 직접투자유치와 수출업체 네고물량에 따른 달러공급 우위 반전,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심리, 미국 대선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미 증시 반등
◇지난주 외환시장 동향
1144원에 월요일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금요일인 24일 개장초 1207원까지 치솟았다. 단 5일만에 63원이 오른 셈. 20일 1154원, 21일 1167.50원, 22일 1176.90원, 23일 1193원으로 치솟은 환율은 24일 가까스로 진정국면에 들어서 1188.10원으로 일주일 거래를 마쳤다.
당국은 주중 내내 환율상승을 용인할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놓아 폭등세를 자극했다. 그러나 24일 환율은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과 실제 국책은행, 공기업들의 달러매물에 밀려 지난 16일이후 7일만에 반락했다.
◇역외세력도 어쩔 수 없이 달러를 사들였다는 주장들
역외세력은 지난주 꾸준히 달러를 사들였다. 간간이 차익실현을 위해 달러를 파는 세력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달러매수 우위였다. 이런 매수세에 대해 원화를 공격하기 위한 투기적 매수였는지, 아니면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매수였는지 논란이 일고있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생각은 “모두 섞여있다”는 쪽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1140원대에서 달러를 매수한 세력은 다분히 투기적 마인드를 갖고있었던 것으로 보이다”며 “그러나 예상외로 거침없이 폭등하자 투기적 매수세가 약해진 반면, 한국증시나 기업들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환리스크 헤지차원에서 서둘러 달러매수에 가세하는 양상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초기엔 투기적 매수가 압도적이었지만 환율이 1170~1180원대를 넘어서자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리스크헤지를 하지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번주 역외세력의 동향을 예측하기는 쉽지않다. 환율이 오를 때마다 차익실현에 나서는 세력도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리스크헤지를 위해 저가매수에 나서는 세력도 있을 것이란 주장이 많다. 중요한 것은 시장분위기의 변화다. 시장참가자들이 추가상승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면 역외세력도 매수를 자제하겠지만 그렇지않다면 매수를 멈출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있다는 뜻이다.
◇달러수급의 변화는 가능한가
당국자들은 “월말로 넘어가면서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늘어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했다. 연말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이 20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내놓았다. 모두가 달러수요우위에서 공급우위로 급반전할 가능성을 제시한 말들이다.
그러면 실제로 이번주 외환시장은 공급우위로 반전할까. 우선 달러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달러를 보유한 기업들이 마냥 들고있기엔 원화자금 사정이 너무 좋지않다. 요즘 자금사정에 여유를 가진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급한 기업들은 환율이 많이 오른 지금 달러를 시장에 풀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경우 사정이 다를 수 있다. 환율이 언제 또 다시 폭등세로 돌변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달러를 더 사놓지는 못할 망정 갖고있는 달러를 팔 정도로 강심장을 가진건 아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월말 수출네고자금이 넉넉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달러가 실제 얼마나 외환시장에 나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환율변화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며 달러매도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수급이 환율을 좌우하는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환율이 달러수급을 변화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뜻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의 경우 당장 달러수급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다. 계약성사 발표후 실제 시장에 달러가 유입되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자유치 성사발표가 심리적으로 ‘달러를 팔 때’라는 인식을 강화할 가능성은 높다.
◇당국의 대응
그러나 이런 역외세력이나 달러수급보다 더 중요한게 외환당국의 속마음이다. 당국자들은 지난주 “원화가치가 그동안 대만이나 동남아, 일본등에 비해 덜 떨어졌고 이제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단계”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환율의 상승은 불가피하며 문제는 그 속도인데 이제 진정될 때가 됐다는 판단을 엿볼 수 있다. 환율상승은 결과적으로 수출경쟁력을 복원하고 물가상승 압력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경기하강을 억제하는 다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정부일각에서 나오고있다.
오히려 외환당국은 이번주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단계다. 폭등도 걱정이지만 다시 폭락할 경우 당국의 시장관리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지난주 환율이 폭등하는 과정에서 당국이 직접개입을 자제하고 시장기능에 맡긴 것은 바람직했다”며 “이번주엔 환율변동폭을 좁히는게 당국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국의 행태에 대한 불만도 일부 딜러들 사이에서 나오고있다. “환율폭등기세를 초기에 잡지않다가 자칫 시장 에너지 분출에 의한 추가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당국이 아직 외환시장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고있지만 최악의 경우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증시가 약간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있는 점은 환율의 안정을 유도할 요인인 반면 한전 한국통신등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저항등 시장주변의 불안요인이나 일본 엔화, 동남아통화등에 대한 미국달러의 전반적인 강세는 환율상승을 유도할 요인으로 각각 지적되고있다.
◇다양한 환율 전망들
이번주 환율전망치의 저점은 1160원선에서 형성되고있다, 고점은 1220원 수준.공급우위에 따른 하락반전을 예상하는 딜러들은 1160~1170원을 저점으로 생각하고있다.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희망’도 섞여있다.
반면 고점에 대해선 대부분 1200원이상의 환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당국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않고 달러공급이 예상에 못미칠 경우 환율상승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일시적인 조정은 반드시 있겠지만 결국 1200원대에 다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폭등뒤 조정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외환시장. 그 후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