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잇따른 대책에 "달러 유동성 부족 해결엔 한계"

유준하 기자I 2024.12.23 05:18:00

킹달러의 귀환③
한은·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 등 당국 조치에
“구조적 외환포지션 구체적 내용, 여전히 논의 중”
“심리 개선과 달러 현물 부족 현상 해결엔 한계”

사진=AFP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년 9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하며 외환 당국이 잇따른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대책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빠른 규제 완화와 대처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외환 당국이 발표한 정책이 수급에 국한돼 있고 달러 현물 자체가 부족한 현상을 개선하기엔 다소 역부족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에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1451.40원에 마감, 지난주 종가 1433.00원 대비 18.40원 급등했다.

이에 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환 당국의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는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50%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확정했다. 달러 차입으로 인한 과도한 자본유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이다. 또한 은행이 외화자금 과부족액을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적용하는 감독상 조치 유예도 연장하고 외화 대출 규제도 풀기로 했다.

전일인 19일에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만료되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면서 한도를 종전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을 사는 등 달러를 매수할 때 시장 대신 한은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는 것으로, 외환 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수요를 당국이 흡수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겠다는 의도다. 같은 날 국민연금공단은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도록 해외 투자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 상향하는 기간을 내년까지로 연장하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이틀 연속 외환당국의 대책 마련에 시장은 우선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시장과 빠르게 소통하고 대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당국의 조치만으로 현재의 환율 상승을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의 심리 개선과 현물 부족을 현상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수급적으로는 긍정적인 조치이지만 현재 시장 자체는 수급이 아닌 심리적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수급 조치만으로는 현재의 원화 약세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유예는 사실 은행들의 간접금융 시스템을 통해서 달러 수급을 개선시켜보겠다는 취지로 보이나 달러 스팟(현물)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조치가 긍정적이긴 하나 달러 스팟이 부족한 현상을 크게 뒤집을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조치의 경우 좀 더 빠른 확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시장운용 헤드급 인사는 “구조적 외환 포지션을 자본 비율 위험가중자산 산출 시 제외해 주는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당국과 논의 중으로 알고 있는데 내년 초 소급 적용되는 만큼 빠른 확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우선 해당 조치 효과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보단 시간을 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즉각적 효과보다 시간을 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면서 “외환부문 건전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외화유입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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