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부진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활용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무턱대고 시장을 찾았을 땐 지류형 온누리상품권만 취급하는 곳인지 카드형·모바일 온누리상품권으로도 결제할 수 있는 곳인지 쉽게 알기가 어려웠다. 나이가 지긋한 한 상인은 서울사랑상품권 표시를 가리키며 온누리상품권이 된다고도 안내했다.
이후부터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상점을 선별해 장을 봤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다. 농협카드를 온누리상품권에 연동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모든 점포에서 사용가능한 게 아니었다. 점포마다 사용가능한 카드가 저마다 달랐다. 이렇게 결제된 금액은 온누리상품권에서 차감되는 것이 아니라 농협카드를 통해 결제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역별 모바일 및 지류 가맹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지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19만 6366개로 80.0%의 가맹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할 수 있는 점포는 10만 276개로 40.8%에 불과하다.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해보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한 달에 10만원 가량밖에 쓰지 못했던 이유다.
2023년에는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미가맹점이 5만 509개로 미가맹률 20.5%, 모바일형 온누리상품권 미가맹점은 15만 8335개로 미가맹률 63.3%에 달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미가맹점은 15만 9223개소(63.8%)로 나타났다. 가맹률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활용성이 떨어진다.
카드형·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은 부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대안 중 하나다. 정부에서도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을 막기 위해 모바일이나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 내 점포 열 곳 중 여섯 곳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품권이 상품권으로서 가치가 높은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통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를 5조 5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5조원)보다 10%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올 6월 기준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1조 8464억원으로 목표치 5조원의 40%도 되지 않는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판매액은 발행목표액의 70% 가량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4조원 어치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조 8000억원 어치만이 판매됐다. 특히 1조 9000억원을 목표로 한 카드형은 21%만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2022년 8월에 출시돼 홍보가 부족하다지만 지류형 대신 카드형을 늘리고자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중기부는 이달 중에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위 ‘192억원 마늘집 온누리상품권 깡’으로 유통구조가 도마 위에 오른 지금,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에 걸맞은 사용처 확대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