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튀라면'vs'일반라면' 블라인드 테스트 해봤더니[먹어보고서]

한전진 기자I 2024.11.03 08:41:58

라면 축제서 공수한 '갓 튀긴 라면' 직접 맛보니
"더욱 고소해" vs "차이 못느껴" 후기도 제각각
냄새부터 라면땅, 끓인후까지 세부분 나눠 비교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대형마트에 진열된 신라면, 갓 튀긴 라면과 비교하기 위해 소비기한이 가장 임박한 제품을 찾아서 구매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얼굴의 두 눈을 안대로 가렸다. 마치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 백종원 대표나 안성재 셰프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 전 생산한 ‘갓 튀긴 라면’(갓튀라면)이 진짜 일반라면 보다 맛있을까. 끓이기 전과 끓인 후 두 가지를 모두 비교해봤다. 오로지 혀와 냄새에 집중해서 판단했다. 그 결과는….

최근 농심(004370)의 갓튀라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갓튀라면은 말 그대로 공장에서 바로 만들어진 라면을 말한다. 금방 튀겨내 마치 ‘햅쌀’처럼 더 맛있다는 논리다. 갓튀라면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2022년 구미라면축제였다. 당시 구미시는 인근에 농심 구미공장이 있는 것에 착안해 첫 행사를 열고 갓튀라면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후 갓튀라면은 대중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머리로 이해는 가도 인스턴트 라면의 맛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 싶은 심리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보면 유탕면의 소비기한은 104~291일까지다. 최대 9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식품안전나라에 농심이 공식 등록한 신라면의 소비기한은 6개월이다. 구매 후 며칠은 거의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신라면 소비기한(왼쪽)이 2025년 3월 25일 까지다. 구미라면축제에서 구한 ‘갓 튀긴 라면’ 소비기한이 4월 30일 까지로 적혀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소비자 후기가 올라온다. ‘갓튀라면이 더 고소하다’, ‘안 끓이고 생라면으로 부숴먹기에 딱이다’는 물론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 하겠다’, ‘이걸 느끼면 절대 미각’ 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사실 누군들 설명해도 직접 먹어보는 것 말고는 답은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 모처럼 ‘2024 구미라면축제’에 방문할 일이 생겨 직접 구매에 나섰다.

올해 축제는 지난 1일 구미역 일대에서 개막해 3일까지 연다. 첫날 방문했음에도 행사장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특히 갓튀라면을 판매하는 부스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제품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갓튀라면에 대한 호기심이 큰 영향인 듯 했다.

부분 기대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일반 라면과 비교해봤다. 큰 차이가 날 수 있도록 마트에서 일부러 소비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찾았다. 이곳에서 ‘2025 3월 26일 까지’라고 적힌 제품을 찾았다. 축제에서 구입한 것은 ‘2025년 4월 30일 까지’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소비기한 6개월을 역산해보면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제품은 지난 10월 생산한 제품이다. 갓튀라면과 생산시기가 한 달 가량 차이난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신라면(왼쪽)과 갓 튀긴 신라면. 스프와 건더기에서는 냄새와 육안으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사진=한전진 기자)
지인의 손을 빌려 블라인트 테스트를 진행했다. 먼저 봉지를 뜯은 후 냄새를 비교했다. 두 봉지 속에 번갈아 가며 코를 댔다. 이는 한 번에 알아맞혔다. 의외로 두 제품의 미묘한 차이가 났다. 좀 더 시간이 지난(?) 기름의 향을 구별할 수 있었다. 갓튀라면 쪽에서 더 가벼운 냄새를 맡았다. 반면 스프·건더기 쪽은 냄새로도 육안으로도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었다.

끓이기 전 라면땅 블라인드 테스트도 진행했다. 총 5번을 진행했는데 3번은 맞히고 2번은 틀렸다. 면의 식감만으로는 무엇이 갓튀라면인지 잘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좀 더 고소하거나 하는 맛 차이를 확연히 느끼지 못했다. 스프를 뿌리면 더더욱 알기 어려웠다.

끓인 후 테스트는 알아 맞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두 제품 모두 최대한 조리법을 비슷하게 맞춰 끓였지만 미세한 물의 양, 시간 차이의 영향이 더 컸다. 사실상 지인의 조리법에 따라 맛이 좌우됐다. 무엇이 더 맛있었다기 보다 그냥 둘 다 맛있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갓튀라면이라고 하니 이쪽이 좀 더 탱글탱글 한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은 들었다.

(좌) 마트 신라면 (우) 갓 튀긴 신라면 (사진=한전진 기자)
결론적으로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크지 않다’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미각과 후각이 다르니 누구는 그 차이가 크고 어떤 이는 전혀 없을 수 있다. 사실 갓튀라면 마케팅이 성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이를 비교해 먹어보고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도 있다. 익숙했던 신라면이 새롭게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갓튀라면으로 모처럼 구미시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적 호기심을 축제로 승화시켰다. 인구 유출 등 어려움 겪고 있는 지역 사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는 무려 10만명이 구미시를 찾았다. 이 가운데 40%가 타지 관광객으로 나타났다. 올해 축제에서도 갓튀라면을 이용한 다양한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우삼겹소불고기 김치라면’, ‘소토시살큐브스테이크라면’, ‘통오징어 해물라면’, ‘육회비빔라면’ 등 메뉴를 5000~9000원 사이에서 맛볼 수 있다. 구미시는 올해 12만명이 행사를 찾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2024 구미라면축제에 갓 튀긴 라면을 구입하기 위해 몰린 인파. 농심은 이곳에서 마트보다도 싼 가격으로 라면 제품을 팔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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