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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형토지신탁 잔액 2년새 5배 넘게 늘어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새마을금고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200조246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126조265억원) 대비 5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 대출 잔액이 281조3632억원에서 372조2545억원으로 32.3% 늘어난 것과 비교해 증가폭이 2배 가까이 크다.
부문별 대출 잔액에 대해 새마을금고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이 이 기간 역전돼 현재는 기업대출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대출은 크게 개인사업자(소호) 대출과 법인대출로 나뉘는데 법인대출이 기업대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새마을금고의 건설 및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27조2000억원에서 2020년 말 38조원, 2021년 말 46조4000억원, 2022년 56조3000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관리형토지신탁 잔액은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관리형토지신탁은 브릿지론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모두 아우르는 대출 형태로 새마을금고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관리형토지신탁 잔액은 2020년 말 2조8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15조4000억원으로 2년 만에 5배 이상 불어났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020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하고 이 시기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가 바뀌면서 새마을금고의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이 기존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 선회됐다”고 했다. 그는 “기업대출 중에서도 소호대출 잔액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법인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건설 및 부동산업 대출이 법인대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했다.
여기에 마을금고의 ‘주먹구구식’ 공동대출 관행이 더해지며 연체율을 키웠다. 공동대출은 금고 1곳이 취급하기 어려워 여러 금고가 함께 내보낸다. 금고 1곳이 동일법인에 내보낼 수 있는 대출 한도는 50억원이며 동일법인에 취급 가능한 공동대출 한도는 500억원이다. 금고들이 500억원 한도 내에서 수백억원 대출을 여러 법인에 취급해온 것이다.
문제는 여신심사를 금고 1곳만 담당해왔다는 점이다. 다른 금고는 심사를 한 금고를 따라 대출을 취급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을금고가 수백억원 규모의 여신을 심사할 역량이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금고 1곳만 믿고 별도의 심사 없이 수십억원을 취급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사실상 ‘주먹구구식’ 대출로 금융권에선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담보대출, LTV 60%로 대응 충분” 해명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공동대출을 포함한 법인대출의 건설 및 부동산업 대출 대부분이 담보물로 취급됐고, 답보인정비율(LTV)이 60% 정도라 현 연체율 수준은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해 잠시 연체율이 상승했으나 경기가 되살아나면 회복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마을금고들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틸 체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 전환하거나 전환 조짐이 보이는 곳은 수도권 일부에 불과해서다. 새마을금고 공동대출은 대단지 아파트가 아닌 중소형 빌라, 아파트 중에선 1채에 불과한 곳에 주로 취급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면 수익성이 악화해 경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 취급을 확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늘어나고 그간 받은 수신에 대한 이자비용 역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들어 세 차례 연속 ‘F4 회의’라 불리는 경제·금융당국 수장 간 비공식 모임 때 새마을금고 건전성을 안건으로 상정, 새마을금고 관리에 본격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