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그럼에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으로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인 후 범법사실이 드러나도 처벌은 무겁지 않으니 ‘감옥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다 보니 상습적 증권 범죄는 계속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주가조작,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로 제재받은 643명 중 23%(149명)가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동일산업, 대한방직 등 5개 상장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온라인 주식카페 운영자 강모(52)씨도 그런 예다. 그는 2014∼2015년 주가조작혐의로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부인하고 있지만 6000여명이 가입한 그의 카페에선 거래량도 적고 특별한 호재도 없는 해당 5개 종목이 꾸준히 추천 종목으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의심은 짙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가조작으로 피소당해도 입증 책임이 엄격해 기소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재판에 들어가도 2건 중 1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등 처벌 수위가 낮고 부당이득 산정기준도 불분명해 벌금도 세지 않다. 그러다 보니 6개월 만에 800여개의 차명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40배 넘게 올린 후 1100억원을 챙긴 제이유그룹 김모 부회장의 경우 징역 6년형에 그쳤고 벌금과 추징규모도 부당이득의 10%가 되지 않았다. 미국이라면 100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사안이다.
단 한번이라도 금융사기를 벌이면 패가망신하고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강력한 제재수단이 마련돼야 한다.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3년째 법사위에 계류 중인데 관련 입법을 서두를 일이다. 300억원 이상의 주가조작에 대해 15년형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대법원의 양형기준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금융 당국도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해선 형벌 확정 전이라도 계좌 동결에 나서고 금융투자상품 거래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관리감독체계를 면밀히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