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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상장사들이 무상증자에 나선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 특히 미국의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경기가 팽창하는 ‘노랜딩(No Landing)’ 시나리오가 거론됐지만, SVB 파산 여파로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악화하고 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 후폭풍은 미국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 및 지역으로 일부 전이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가 부양을 위한 무상증자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상증자는 시가총액이 변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수를 늘리는 증자 방식으로, 회계상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이동시켜 주식을 발행해 주식 대금 납입이 필요 없다. 대신 상장 주식수가 늘어나 주가가 저렴하다는 착시효과가 생기고, 주가가 낮아진 만큼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게 장점이다. 실제 올해 무상증자를 결정한 뒤 다음 거래일 상장사의 주가 추이를 보면 다수의 기업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선 11개 상장사 중 휴마시스(205470), HPSP(403870), 아이센스(099190), HLB테라퓨틱스(115450), 시노펙스(025320) 등 5곳이 상승했다. 이중 가장 많이 상승한 상장사는 휴마시스로 11.6% 상승했다. 휴마시스는 이달 10일 보통주 1주당 신주 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효과가 적었다. 올해 무상증자를 결정한 기업 4곳 중 1곳인 JW홀딩스(096760)만 상승세를 보였다. JW홀딩스는 지난 27일 무상증자 결정 후 직후 거래일에 2.1% 올랐다. 앞서 JW홀딩스는 지난달 27일 보통주 1주당 0.0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무상증자로 기업 펀더멘탈 개선되는 게 아닌 데다, 변동성 확대로 주가 급등락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무상증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종목의 주가를 보면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노터스(278650)가 대표적이다. 비임상시험 수탁기업(CRO) 노터스는 지난해 5월9일 보통주 1주당 8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파격적인 무상증자 결정 공시한 당일 4만9100원의 종가를 기록한 뒤 6거래일 만에 약 2배 수준인 9만16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5월31일 권리락 전날에는 6만9500원으로 하락했다. 권리락 당일에는 기준가 7730원에서 5거래일 만인 6월9일에 3만7050원으로 급등했지만 신주상장일(6월22일) 전날에 이르러서는 7700원까지 다시 주저앉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상증자는 법정 적립금에 대한 자본금 전입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 의미가 있는 증자 방식”이라면서도 “단기 차익을 염두에 두고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늘면 주가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