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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내년 조기상환 영구채 4조...‘제2의 흥국사태' 오나

정수영 기자I 2022.11.09 05:0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논란까지 이어진 채권시장 불안심리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은행권이 흥국생명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콜옵션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보험사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규모가 4조원에 달해 제2의 흥국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8일 보험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내년 말까지 콜옵션을 해야 하는 자본성증권은 총 20건, 4조원 규모다. 각각 원화 자본성증권 17건과 외화 자본성증권 3건이다. 한화생명·KDB생명 등이 발행한 외화 자본성증권은 발행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당장 이달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는 곳은 △DB생명 신종자본증권 300억원 △푸본현대생명 신종자본증권 400억원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900억원 등이다. 다만 DB생명의 경우 투자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한차례 콜옵션을 연기한 만큼, 내년 5월 콜옵션이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년 콜옵션 행사일이 다가오는 자본성증권 규모는 3조4470억원이다. 이 중 내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콜옵션 도래 자본성증권 규모는 1조8260억원으로 집계됐다. DB생명 후순위채 800억원, 푸본현대생명 신종자본증권 600억원,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1000억원,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 DGB생명 후순위채 500억원, KDB생명 신종자본증권 2억달러, 롯데손보 후순위채 600억원, 신한라이프 후순위채 2000억원 등이 포함된다.

내년 상반기 콜옵션 행사가 도래한 국내 보험사들은 모두 콜옵션 이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기자금 시장 경색과 유동성 우려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도 “흥국생명이 입장을 선회하긴 했지만 콜옵션 미행사가 선례가 된 만큼 앞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보험사 중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며 “자본성증권을 신규로 발행은 아예 어려운 만큼 제2의 흥국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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