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속속 회사채 발행 연기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수요예측 예정이었던 한온시스템은 10월 중순으로 일정을 미뤘고, 지난달 초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던 교보증권은 아예 무기한 연장해 놓은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오는 27일로 회사채 발행일을 잡아놓긴 했지만 아직 수요예측일은 정하지 않았다. 워낙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상황을 보면서 날짜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꽉 막혔다. 신용위험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저신용 등급은 물론이고 우량등급 회사채까지도 외면받고 있다. 계획했던 발행액을 채우지 못하자 발행금리를 높이거나 만기를 줄이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돈맥경화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7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총 7575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2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환액은 8439억원으로 864억원 순상환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927억원 순발행이었다. 지난달에 5조3440억원 발행돼 연간 최저를 기록했다.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 8월보다 발행이 적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10월 최저 기록을 갈아치울 공산이 크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것은 우선 금리 급등으로 유동성이 말랐기 때문이다.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차이를 의미하는 신용스프레드는 AA-를 기준으로 9월말 100bp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회사채 투자심리가 냉각돼 발행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데다, 최근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까지 높아지자 기관투자자들은 회사채 담기를 주저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가 설문조사 등을 통해 글로벌 주요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통화긴축 충격’과 ‘강달러’가 1, 2위에 올라 전월대비 순위가 상승했고 신용위험이 새로 5위에 등장했다.
실제 구글 키워드 검색량으로 봐도 달러화 강세, 자산가격 급락, 신용위험 관련 조회수는 증가했다. 그만큼 금리가 급등하면서 한계기업 경계선 상에 있는 기업들의 부도나 파산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민간평가사가 평가한 금리가 무의미할 정도로 예상 금리 범위를 뛰어넘어 발행금리가 정해지는 곳들도 있고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곳도 있다”며 “그래도 저신용 회사채는 쳐다보지 않은지 오래 됐고 최근에는 우량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콘텐트리중앙의 경우 모집액을 채우지 못하자 결국 금리를 예상치였던 6.75%에서 6.85%로 높였다. 오는 19일 수요예측에 나서는 LG유플러스는 2년,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보통 5년 이상 장기채를 주로 발행했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장기물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해 만기를 줄인 것이다.
당분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도 모집 미달이 발생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도 취소되는 마당에 회사채까지 쳐다보겠나”라며 “한은이 이달에도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높은 상황이라 갈수록 돈은 돌지 않고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