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조원 나간 특고·프리랜서 지원금…억대 연봉자도 심사 없이 타갔다

최정훈 기자I 2022.09.05 05:30:01

정부, 6회에 걸쳐 5조 3000억원 지급
3년전 1차 기준만 통과하면 ‘프리패스’
고용부 “국회 의결 거쳐 문제 없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자(특고)나 프리랜서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5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 필요없는 억대 연봉의 고소득 프리랜서들이 걸러지지 않은채 계속 지원금이 지급돼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특고·프리랜서 75만 4000명에게 6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을 완료했다. 지원금은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등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코로나19 이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특고·프리랜서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간 6차례에 걸쳐 478만 8000명에게 5조 3000억원이 지급됐다.

6차 지원금의 경우 소득감소 요건 등 지원요건이 충족되면 최대 2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소득감소 요건은 올해 3월 또는 4월 소득이 비교대상 기간에 비해 25% 이상 감소한 경우다. 또 자격 요건으로는 지난해 10~11월에 특고·프리랜서로서 50만원 이상 소득이 발생했거나, 2020년 연소득(연수입)이 5000만원 이하인 경우다. 하지만 이번 6차 지원금 수혜자 75만4000명 중 64만명은 이런 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신속 지원,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기존 1~5차 지원금 수급 대상자는 별도 심사없이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소득 기준에 맞지 않는 지원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차 지원 당시 7000만원이었던 소득 기준을 2차 지원부턴 5000만원 이하로 강화했지만, 1차 지원금 대상자에 대한 소득 재심사 없이 지원되고 있어 논란도 일고 있다.

프리랜서의 경우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신청하면 사업비를 제한 금액이 지원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소득 기준’으로 잡혀 억대 연봉의 고소득자들도 지원 대상이 되는 문제도 생겼다. 지원금 심사에서 떨어진 한 지원자는 “지인은 (억대 연봉에도) 1차 지원금 때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으로 신청해 지원금을 받은 반면, (저는) 그에 못미치는 데도 원천징수 영수증으로 신고해 지원금 대상에서 누락됐다”며 “1차 지원금때 종합소득세로 신고한 사람들은 6차 지원금까지 받았는데, (저는) 계속 누락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에도 정작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소득기준에 맞지 않은 사례를 파악하기 어렵고,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보완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2020년 1차 사업 시작시 약 176만명의 지원자에 대한 소득심사를 진행하면서 심사가 다소 지연됐고, 이후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감안해 신속하게 심사·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2차 사업부터는 신규 신청자에 대해서만 소득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를 이미 입증한 기수급자에 대해선 소득요건 심사를 생략했다”면서 “이는 국회 의결을 거친 내용이며, 올해 진행된 5~6차 사업에서는 국회 부대의견에 명시적으로 기존 심사 통과자에 대해서는 소득심사 없이 신속지원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서울1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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