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밀월은 3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자 차세대 글로벌 패권을 놓고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한 것이다. 국제 질서는 동맹·우호국끼리 뭉치는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고, 한국 역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과거 안보가 중심이 됐던 구냉전 시대와 달리, 신냉전 시대에는 안보와 경제, 과학·기술, 문화의 헤게모니가 얽히고 설켜 한층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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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중국과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로 재설정을 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균형 외교’보다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은 이것이 ‘반중 노선’이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중국과의 전략적 신뢰를 훼손하며 불가피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지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는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침략’과 ‘중국이 야기하는 구조적 도전’을 동맹의 주요 우선순위로 꼽은 ‘2022년 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참여에도 중국은 여러차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세계 각국은 경제안보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한 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위협 요인이다. 우리는 북핵 대응 수단이라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사드로 인해 동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이 파괴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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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불필요한 대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기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며 우리 측 입장을 설명했다. 사드 배치를 ‘안보 주권’으로 규정해 협의 대상이 아님을 밝히고, 칩4는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임을 설명했다. 이는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회담 다음날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에 더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까지 거론하며 한국을 더 압박했다. 국제 질서가 대격변 하는 시점에서 대중국 전략의 섬세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한에 ‘면담’ 대신 ‘전화 통화’를 한 것도 정부의 고심을 보여준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 방문에 앞서 대만을 찾았다. 이에 중국이 반발해 무력 시위에 나서는 등 역내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시점과 맞물려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중국의 의중을 살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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