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외교 석학인 마이클 오핸런(61)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사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만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 공포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학계와 관계를 넘나들며 30년 이상 군사·외교·안보 분야를 다뤄온 빅샷이다.
최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의 마크 리우 회장과 회동하며 주목 받았다. TSMC는 미국에 반도체를 대량 공급하는 곳이다. 이를테면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와 재블린 미사일에 TSMC 제품이 쓰인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 역시 TSMC 의존도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세계 파운드리 매출액 점유율은 53.6%다. 삼성전자의 경우 16.3%에 그쳤다.
오핸런은 다만 “미국이 중국과 여러 분야에 걸쳐 경쟁하는 만큼 (TSMC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미국은 대만이 중국으로 병합된다면 중국이 갑자기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도체 공급원을 더 다양화해야 한다”며 반도체 지원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법의 최대 수혜자는 TSMC와 함께 삼성전자(005930)가 꼽힌다. 실제 삼성, SK 등 한국 기업들은 대규모 미국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오핸런의 언급은 한국 반도체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오핸런은 아울러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후 미중 긴장감이 높아지는데 대해 “앞으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그렇게 위험한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외교적으로 풀어가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오핸런은 한국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펠로시 의전 홀대’ 논란을 두고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를 이해한다”면서도 “펠로시가 정말 불쾌함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인들은 아마도 (홀대를 받았다는) 그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윤석열 정부를 향한 외교 조언을 부탁하자, 유연한 대북정책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중국과 밀착하는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 정부와 협력해) 대북 제재를 부분 해제하면서 북핵 프로그램 동결을 얻어내는 식의 유연한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