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논의 '올스톱'에…청년채용 확대는 엄두도 못내

이연호 기자I 2022.08.11 05:00:00

기재부, 올 초 국책銀 희망퇴직 검토했으나 논의 ''중단''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 45% 수준 퇴직금에 임피 직원만 늘어
산은 10명 중 한 명 임피 적용자…신한·하나 0.1%와 대조
"돈 때문에 애초 선택 못 하는 구조…신규 채용 지장"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연호 서대웅 기자]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 효율화에 나서고 있는 반면 3대 국책은행(산업·기업·수출입은행)들은 정부 방침에 발목이 잡혀 인사적체 상황을 해소하지 못하는 등 속앓이를 하고 있다. 7년째 희망퇴직을 한 직원은 전무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에 들어가는 직원만 계속 늘고 있어 조직에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년 채용 기회가 줄어들면서 정부 정책 기조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경직된 공공기관 인력 정책에 얽매인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 제도를 7년만에 손질할 계획이었으나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논의 자체를 ‘올스톱’ 시켰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월 중소기업은행 시니어 노조(제2 노조)와 만나 희망퇴직 제도 재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기재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당시 회동은 일회성 만남에 그치며 후속 논의가 없는 상태다. 정권이 바뀌며 자연스레 담당 공무원들이 교체되고 해당 과제 역시 후순위로 밀리면서다.

국책은행 희망퇴직 제도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된다. 연장선상에서 정부의 경직된 인력 운용 정책으로 국책은행의 희망퇴직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청년 일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의 3대 국책은행 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금융 공공기관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을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열었는데, 당시 간담회의 핵심 주제는 ‘국책은행 희망퇴직 현실화 필요성’이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6년을 끝으로 사실상 희망퇴직 제도를 중단했고, 산업은행은 2014년, 수출입은행은 2010년 이후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5대 시중은행들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이 2600명을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감사원이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국책은행 희망퇴직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은 기재부의 총 인건비 통제 정책 때문이다. 국책 금융 기관에서 일하다 희망퇴직을 하게 되면 기재부 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 기간 전체 급여의 45%만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통상적으로 퇴사 직전 24~39개월 치 평균 임금을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3분의 1 내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책은행 근무자로서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선택할 유인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직원 대비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비율은 산업은행 10.4%, 기업은행 7.1%, 수출입은행 3.9%였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국민은행 2.3%, 우리은행 2.1%, 신한은행 0.25%, 하나은행 0.1%로 국책은행보다 확연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 대목에서 국책은행의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350여개 공공기관별로 기관의 성격과 역할 및 실적 등이 모두 다른데도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인건비 한도를 정한다는 것이다. A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경우 수익을 내는 기관이고 정부에서 받아오는 돈 없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직원들 급여를 지급하는 데도 정부의 일관된 인건비 통제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별도 기준 3조5502억 원의 영업이익과 2조461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일부 적자를 밥 먹듯 하는 공공기관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국책은행의 이 같은 유명무실한 희망퇴직 제도와 그로 인한 무의미한 정년 유지로 조직의 비효율성 증대는 물론 신규 채용도 지장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B국책은행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희망퇴직을 하게 되면 임금피크제 선택 시 받을 수 있는 돈보다 훨씬 더 적은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애초에 선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보통 임금피크제 기간엔 기존 업무에서 배제되고 보통 기존 부서에 추가로 배치돼 잡무를 수행하는데 이분들 때문에 신규 채용이 영향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 은퇴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만이라도 일시적으로 국책은행들에 희망퇴직 제도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게 되면 원래 맡던 관리자의 업무가 아닌 파견 등을 통해 정원 외 인력으로 구분돼 사실상 자리만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국책은행들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국가 연령별 인구 구조와 희망퇴직 미실시의 복합적 영향인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할 때까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희망퇴직의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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