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가게 밤9시 넘어서도 장사해"…신고 느는 '감시 사회'

이소현 기자I 2022.02.11 05:00:00

'직접 싸우느니 신고하자'는 시민 늘어
스마트폰·블랙박스 이용 비대면 신고 편리
안전신문고앱 신고 1년 만에 2.6배 증가
"질서 확립" vs "보복성 신고로 업무 마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지난달 인근 식당을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했다. 방역패스와 집합제한 등 문제로 돌려보낸 손님을 잇달아 받아들이는 모습에 화가 나서다. 김씨는 “사실 공무원 단속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정부 지침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만 ‘호구’ 되는 기분이라 속상한 마음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모(33)씨는 지난 1년 6개월간 불법 주정차와 불법 운전차량을 600여건 신고했다. 자차로 출퇴근하다가 난폭 운전자 때문에 아찔한 사고를 겪고 나서다. 유씨는 “포상금도 없지만, 도로 위 막무가내 운전자가 괘씸해서 신고한다”고 했다.

일상적 갈등을 푸는 수단으로 신고를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관련 문제나 불법 주정차 등 우리 생활 속 문제로 직접 싸우느니 신고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민이 늘어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0일 행전안전부의 안전신문고 통계현황을 분석한 결과 안전과 생활불편, 불법 주정차,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신고는 2020년 188만9200건에서 지난해 494만870건으로 1년 만에 2.6배 늘었다. 이는 문제를 간단하게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는 ‘MZ세대(2030세대)’ 성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신문고 PC·앱을 이용하는 2030세대는 4명 중 1명(24.7%·2020년 기준) 정도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감시 사회’가 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신고는 작년 21만8819건으로 전년(6만4283건)대비 3.4배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되자 문을 닫지 않고 장사하는 ‘몰영(몰래영업)’ 등 신고가 잇따른 것이다. 실제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한 영업·모임 신고는 9만640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출입자 관리위반 및 마스크 미착용(7만6942건) △감염 차단 위한 신고·제안(2만3726건) △밀폐·밀집·밀접 일어난 경우(2만366건) △자가격리자 무단이탈(1381건) 순이었다.

이렇게 신고가 늘어난 것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비대면으로 손쉽게 신고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차량에 필수품으로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물류업에 종사하는 강모(63)씨는 최근 경찰서에서 보낸 ‘위반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성산대교를 건너는 중 실선 구간에서 차선을 변경했다는 이유에서다. 강씨는 “앞 차량이 천천히 가기에 끼어들었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며 “블랙박스 영상으로도 신고한다는데 한가한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이러한 공익신고 증가에 경찰 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일선 교통과 경찰관은 “단속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도 질서 확립이 이뤄지고,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관용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하루에도 수십 건씩 보복성 신고를 하는 상습 신고자도 많아 행정업무를 마비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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