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작
가공 안한 이미지, 회화로 바꾸는 포토콜라주
피사체 마티에르에, 추상적 요소 붓질로 얹어
사진과 회화, 자연스럽게 섞이는 현장 의도해
| 이희준 ‘테트리스’(사진=스페이스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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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시간보단 존재다. 기를 쓰고 살아낸 세월이 아니라 기를 쓰고 살아낸 형체가 돋보인다는 뜻이다. 그 자체를 드러내는 덴 작가 이희준(33)의 ‘몇겹 작업’이라 불러야 할 독특한 기법이 작용했다. ‘포토콜라주를 이용한 회화작업’이 바탕인데. 전혀 손대지 않은 주변의 물질·풍경·표면에서 소재를 얻어 사진촬영을 하고, 그 이미지를 회화로 옮겨내는 변형·변질의 편집·가공을 거친 뒤, 캔버스에 채우고 물감을 덧대고 입혀내는 과정을 거치는 거다.
기본틀은 흔들지 않았어도 ‘테트리스’(Tetris·2021)를 비롯한 신작이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단다. 표면을 관찰하는 행위, 그 행위서 발견한 질감을 표현하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는 거다.
덕분에 ‘날것’이 의도치 않게 좀더 도드라지게 됐는데, 거친 실존감이 아니라 부드러운 균형감으로서랄까. 본래의 피사체가 가진 마티에르에, 붓질로 기하·추상적 요소를 얹어내, 사진과 회화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현장을 의도했다니까. 화면을 일부 비워 캔버스의 물성을 슬쩍 내보인 노출의 미학은 덤이다.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스페이스소서 여는 개인전 ‘날것, 연마되고, 입은’(Raw, Polished, Coated)에서 볼 수 있다. 전시명은 작가의 작업과정을 압축한 그대로를 썼다. 캔버스에 아크릴·포토콜라주. 45.5×45.5㎝. 작가 소장. 스페이스소 제공.
| 이희준 ‘세라믹 꽃’(Ceramic Flower·2021), 캔버스에 아크릴·포토콜라주, 100×100㎝(사진=스페이스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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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준 ‘화산비누’(Volcanic Soaps·2021), 캔버스에 아크릴·포토콜라주, 100×100㎝(사진=스페이스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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