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음압 격리시설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없으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집에서 대기하다 하루가 지난 뒤 음성 결과가 나와야 병원에 다시 오라고 합니다. 아픈데 집에서 코로나 결과를 확인해야 해 대략 하루를 버티다가 병원에 가야하는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은 의료진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심지어 집에서 끙끙 앓다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얘기를 통해 혹시나 갖고 있을 오해를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만약 열이 나는 아이가 응급실로 오게 되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요. 아이가 열이 나서 많이 응급실로 오게 되면 먼저 간호사를 만나며 어디가 아픈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트리아쥬(Triage·분류)라는 과정인데 감염병 여부가 1차적으로 선별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의 불만도 많이 늘어납니다. 바로 의사를 만나지 못해 호통을 치는 부모들도 있고 마치 응급실에 들어가기 위한 입국 심사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왜 이런 과정이 만들어졌을까요. 2015년 메르스 사태가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중동에서 지낸 뒤 열이 나는 상태로 비행기도 타고 진료를 보기 위해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전파를 시키는 무서운 일이 발생했죠.
전염력이 높은 질병상태의 환자와 그 주변 환자, 그리고 의료진과 접촉은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냈는데요. 메르스 사태 이후 응급실에서는 감염과 전파에 대한 대비책을 고민을 하게 됐고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던 것입니다.
잠시 법적인 근거를 보겠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1조 4항을 살펴보면 환자의 중증도 분류와 감염병 의심환자 등의 선별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응급의료기관의 장 및 구급차 등의 운용자는 응급환자 등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이송, 진료와 응급실의 감염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응급환자 등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감염병 의심환자 등을 선별해야 한다고 나와있는데요.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선별된 감염병 의심환자 등을 격리 진료할 수 있도록 시설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응급실에서 중증도 분류와 함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후 감염의 의심된다고 판단되면 응급실 내 다른 환자나 보호자에게 전파를 막기 위해 아이와 부모님은 격리실로 이동하게 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열이 나는 것이 무조건 감염력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염력이 높고 특징적인 증상이 없는 코로나는 다른 질병과 구분이 쉽지 않아 열이 나면 무조건 코로나를 의심하고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이로 인해 열이 나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 못들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병원에 음압 격리시설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좋겠지만 이러한 시설을 하나 만드는데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정된 자원으로 진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환자나 의료진 모두가 힘든 상황인 것이죠.
코로나19 4차 유행이라고 하는 요즘 서로 조심해서 아프지 않고 병원에 가야 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인 세상인 것 같습니다. 혹시 열이 나는 응급상황이라면 병원 방문 전 119에 전화를 해서 음압 격리시설의 여유가 있는 병원을 확인하고 이동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모두 힘든 시기에 현명하게 또 건강하게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