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서울시는 상습 정체 도로를 중심으로 지하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신월여의지하도로에 이어 서부간선도로도 곧 개통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 구간 지하화 사업을 적극 검토에 나서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본격 검토
7일 서울시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용역 예산을 확보했고 이르면 8월 말 발주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상습 지·정체 해소를 위해 도로 공간의 입체적 활용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통 50년이 넘는 경부고속도로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서초구만의 지역 현안으로 치부됐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이번 서울시 예산 편성으로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국토부가 경부고속도로 동탄~강남 구간 지하화 사업을 꺼내들면서 연계 사업 추진 가능성이 더 커졌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탄∼강남 약 30㎞ 구간은 만성적 차량정체 구간으로, 도로용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구간의 지상도로는 그대로 유지하고 그 하부에 지하도로를 신설하는 입체적 확장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기존 10차선 도로를 공원화하고, 도로 양측 30m의 완충녹지(9만평)와 IC부지(3만5000평)는 개발 가용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용지 중 일부만 매각해도 총 사업비 3조3000억원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택 공급을 위한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부고속도로 지상 부지는 적극 활용해볼 만하다. 서초구는 반포IC·서초IC·양재IC 부지에만 1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매각 완충녹지에는 2000가구 이상의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저층·소형주택 공급이 예상된다. 도심 내 미니 신도시가 건립되는 것이다.
◇7.4조 경제적 효과 기대…강남 편중 개발 우려도
서초구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5개 학회에 의뢰한 결과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로 얻는 편익은 4조8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용 4조3541억원 대비 4949억원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지하화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 5조401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억원 등 총 7조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3만9000여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서연 국토연구원 센터장은 “지하도로는 개발이 상당히 완료된 도심 지역에서도 비교적 용지 취득에 어려움이 없고, 지하 40m 이상 대심도의 경우 보상비 부담도 없다”면서 “이밖에도 녹지공간 확보, 단절된 생활권 연결, 도시 내 부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남 편중 개발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자칫 집값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서초구는 남은 재원을 통일로 지하화 사업에 투입해 강남·북 고속도로로 개발하는 패키지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마스터플랜을 총괄한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평당 1억원으로 계산해도 전체 부지 중 절반만 매각해도 충분히 사업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면서 “남은 재원으로는 상습 교통 정체 구간인 서북권 교통망 확충을 위해 은평뉴타운(통일로IC)에 이르는 25km에 이르는 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한강르네상스 시즌2 ‘신호탄’
서울시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으로 경부고속도로 외에도 강변북로 재구조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으로 9억원을 확보했다. 가양대교~영동대교까지 17.8km에 이르는 강변북로의 입체적 활용 및 한강 수변공간과의 연계성·접근성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이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공약으로 내세운 ’사통발달 링킹파크’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오 시장은 용산민족공원 아래 대규모 교통거점(링킹파크)을 만들고 강변북로 및 동서남북 등 주요 간선도로 6곳을 지하화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오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시즌2’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를 비롯한 용산 개발은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서울 주요 교통망 지하화 사업이 단순히 교통 체증 해소를 넘어서서 도시·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순녹지·공원 등은 수동적 형태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