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신흥세력]②세력교체 원동력…차별화된 DNA는

노희준 기자I 2021.06.24 05:50:00

작년 성장률 신흥세력 64~2213% VS 전통제약사 -5~21%
수출기업, 최초개발 및 최다 생산규모 경쟁력, 코로나 적극 대응
전통제약사→시밀러·CMO·진단키트 다양화...신약 빠져 부족

상위 제약사 매출 및 매출 전망치 자료=에프앤가이드,
단, SD바이오센서는 SK증권 및 대신증권 추정치 평균
단위; 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 별도, 나머지 연결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한해 조 단위 규모의 매출을 내는 K바이오 신흥세력의 새로운 선두주자로 체외진단 전문기업 SD바이오센서가 있다. 체외진단이란 혈액, 침, 소변 등 체액과 분비물로 몸속 상태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업은 코로나19 진단검사 수요 증가에 따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매출액이 730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발생 원년인 지난해엔 매출액 1조 6862억원, 영업이익 738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3배로, 영업이익은 492배로 급증했다. 올해는 아예 K바이오 매출 1위를 차지할 기세다. 1분기에만 지난해 연 매출의 70%인 1조 1791억원을 거뒀다. SK증권과 대신증권은 SD바이오센서의 올해 매출액을 각각 3조~3조5000억원과 3조 4101억원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씨젠(096530) 등 다른 K바이오 신흥세력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전년대비 성장률을 보면 씨젠(822%), 삼성바이오로직스(66%), 셀트리온(64%)은 상위 전통제약사인 종근당(185750)(21%), GC녹십자(006280)(11%), 유한양행(000100)(9%)을 압도했다. 한미약품(128940)(-3%)과 대웅제약(069620)은(-5%)은 아예 역성장했다. 올해 매출 전망치에서도 SD바이오센서(96%), 셀트리온(33%), 삼성바이오로직스(23%), 씨젠(18%)은 4~8%대에 머무는 전통제약사를 따돌릴 전망이다. 백신 사업을 영위하는 GC녹십자만이 15% 성장세로 성장속도에서 신흥세력을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1조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지난해 2256억원의 매출에서 올해 8267억원 매출로 급성장(266%)할 것으로 예상되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잠재적인 신흥세력으로 분류된다.

바이오 신흥세력의 공통적인 ‘차별화된 DNA’는 ①수출기업, ②최초 개발 및 최대 생산규모 수준의 경쟁력, ③코로나 적극 대응 등이 꼽힌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마디로 기술력을 동반한 경쟁력으로 글로벌로 진출한 기업들”이라고 했다. 기존 전통제약사가 내수기업이었다면 신흥세력은 확실히 수출기업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료(2020databook)에 따르면, 매출액에서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에서 셀트리온은 98%로 1위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은 각각 97%, 95%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70%나 되는 데 반해 한미약품(17%), 녹십자(16%), 유한양행(14%), 대웅제약(8%), 종근당(4%)은 20%가 채 안 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바이오 신흥세력의 수출 원동력으로는 기술력과 탁월한 생산능력이 꼽힌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신흥세력은) 세계 최초, 세계 최대 등의 수식어가 반드시 따라오는 기업들”이라며 “그 분야의 미충족 수요 부문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실제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3총사(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위암 치료제 허쥬마)를 앞세워 성장한 기업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는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4000리터(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 1위 위탁생산(CMO) 기업이다. SD바이오센서 역시 2015년 세계 최초로 현장진단 제품인 ‘STANDARD Q’로 메르스와 에볼라 진단제품을 개발한데 이어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세계 최초로 STANDARD Q COVID-19 항원 진단 제품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씨젠도 코로나 진단 제품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N, RdRP, S gene 3종 유전자), 인플루엔자 A,B형(FluA, FluB),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가장 많은 8종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한번의 검사로 진단해 낼 수 있는 제품(Allplex™ SARS-CoV/FluA/FluB/RSV Assay)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 신흥세력은 코로나19 위기를 성장 기회로 삼았다. 치료제 개발과 진단시약 개발, CMO 수주를 통해서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은 각각 코로나 현장진단제품(Standard Q)와 분자진단제품(Allplex™ SARS-CoV-2 Assay)으로 진단키트 붐을 일으켰다. 씨젠 관계자는 “진단시약을 이용하려면 시약을 읽는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 이전까지 약 10년 간 1800대 정도의 장비를 전 세계에 판매해 놓은 상태였다”며 “코로나 발생 초기 전 세계에서 즉시 씨젠의 진단 시약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역시 오랜 바이오시밀러 생산 능력을 토대로 기민하게 치료제 개발에 나서 렉키로나로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번째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만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일찌감치 코로나 백신 치료제 수주전에 뛰어들어 2개의 코로나19 치료제와 1개의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개발해 허가를 얻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항체치료제, 미국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이 그것이다.

바이오 신흥세력에도 마지막 퍼즐 하나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이승규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산업은 (신흥세력 부상으로) 다양화되고 인프라가 좋아졌다”면서도 “좀 더 장기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진단키트와 위탁생산(바이오시밀러) 외에도 신약개발과 진단키트 외 의료기기 등에서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수출을 넘어서는 신약개발과 중견 제약사간의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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