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사모펀드들, 항공업 투자 줄이어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매각 공고를 하고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22일 이스타항공의 회생 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의 추진을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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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들의 항공사 러브콜은 처음이 아니다.
국내 중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는 다음달 1일 800억원을 투자해 티웨이항공(091810)의 전환우선주(CPS)를 사들일 예정이다. CPS 발행가격의 연 1%를 우선 배당받고, 우선주 1주당 의결권 1표를 보장받는 조건이다.
JKL파트너스는 이번 투자로 단숨에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 운용사는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강민균 JKL파트너스 부사장 등 2명을 티웨이항공 이사회에 신규 투입하고, 사업 계획과 실적을 보고받는 등 사실상 공동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주식 발행, 각종 계약 체결, 자산 매각은 물론 임직원 급여 지급까지 JKL파트너스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현재 최대 주주인 예림당(036000)도 항공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사실상 전문 경영인 체제로 회사가 운영됐던 만큼 앞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항공기 부품 제조사인 율곡에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4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위기감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항공업 투자를 강행한 셈이다.
국내 PEF 운용사 ‘빅3’인 한앤컴퍼니도 작년 8월 대한항공의 기내식 및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990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항공업 투자에 일찌감치 마중물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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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기대감에 투자가 재개되는 것은 항공뿐 아니다.
롯데관광개발(032350)이 지난 11일 발행한 573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설립한 기업재무안정펀드, SK증권, 키움증권 등이 돈을 넣었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해 말 제주도 중심가에 랜드마크 호텔 ‘제주 드림타워’를 개장하고, 현재 호텔 내 외국인 카지노 오픈을 준비 중이다.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80%가량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증권가는 코로나 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사모펀드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039130)를 인수한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하나투어의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당분간 위기에 버틸 자금을 마련하고 몸집을 슬림화해 코로나 이후 사업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시티코어디엠씨에 이를 94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이 지난달 불발됐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각 재추진에 나선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의 행보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항공·여행뿐 아니라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몰릴 극장 등도 일찌감치 관람료를 올리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사모펀드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