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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올 1월엔 몽골, 2월 베트남, 이달 초 캄보디아로까지 확산됐다. 특히 베트남은 첫 발생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200건 이상이 발생하는 등 빠른 확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공신력 있는 집계는 없지만 사실상 중국 전역의 양돈 농가가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이 없어 치사율 100%의 전염병이다.
우리나라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과거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했지만, 올 들어서는 바이러스가 우리를 에워싸듯 주변국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까지 확대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역 당국이 잔뜩 긴장하는 이유다.
유입 경로는 보통 두 가지다.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야생 멧돼지를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다른 경로는 육가공품으로 통한 전염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육가공품을 돼지가 먹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등과의 교역이 많은 한국이 청정지대를 자신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방역 당국이 공항·항만의 방역을 강화한 이후 여행객이 휴대한 소시지나 순대, 만두 등 돈육가공품에서 벌써 14건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발견됐다. 전염성이 있는 생 바이러스는 아니었다고 심각한 위기 경보다. 최근 일본 검역당국은 생 바이러스를 검출했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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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이후 하향 안정이던 국산 돼지고기 가격도 급등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이 부족한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돼지고기 가격은 오름세다.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국산냉장 삼겹살 중품 100g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944원으로 한달 새 13.8% 올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유입 우려에 돈이 있어도 돼지고기를 구하지 못하는 품귀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 국내 확산 땐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
농식품부를 비롯한 방역 당국은 국경 방역을 대폭 강화했다. 발생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휴대품 일제검사와 검역탐지견 투입을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개인 휴대품 검색 전용 엑스레이 모니터도 인천공항에 이어 제주공항에 확대 설치했다.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농림축산검역본부 국경 동물검역소 배치 인력도 현 25명에서 연내 38명으로 늘린다.
또 다른 감염 요인으로 꼽히는 남은 음식물 사료 급여 농가에 대해선 전담 공무원을 배정해 가급적 일반 사료로 전환하고 불가피하게 급여하더라도 충분히 끓여 먹을 수 있도록 계도하고 있다. 다른 일반 농가도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을 막기 위한 차단 방역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휴대 축산물 반입 과태료도 10만~100만원에서 30만~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양돈농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을 여행하지 말고 꼭 가야 하더라도 축산물이나 음식물 국내 반입만은 절대 막아야 한다”며 “축산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축산물을 택배나 소포로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이어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국가적 피해가 뒤따르는 만큼 양돈 농가는 물론 모든 국민이 ASF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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