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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20년 만에 산업은행의 관리에서 벗어나 민영화될 예정으로, 국내 대형 조선업계는 1강 1중 체제로 변화를 앞두게 됐다.
중형 조선사들 역시 연초부터 시장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주요 중형 조선사 5곳은 모두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경영권을 쥐고 있으며, 이들은 매각 또는 경영정상화 등 각기 다른 전략으로 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창원지법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공개 매각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최근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스토 킹호스는 사전에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뒤 공개입찰을 진행하고, 공개입찰이 무산될 경우 해당 인수의향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번 스토킹 호스 방식 재매각 마저 불발될 경우 법원은 이르면 4월 중 다시 한번 3차 공개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선조선 역시 상반기 내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5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대선조선 매각을 추진했지만 그해 말 가격 조건 등을 맞추지 못하며 유찰됐다. 올해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으로, 성동조선해양과 같이 스토킹 호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련 업계는 현재 중형 조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는 대한조선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돼 있기도 하다. 최대주주가 대우조선해양(지분 67.7%)인 대한조선은 이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목록에서 배제되면서 당분간 기존대로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을 예정이다.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수주를 꾸준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리 수순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경영정상화를 통한 탈 국책은행을 노리는 곳들도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월 수빅조선소 기업회생신청 이후 두 달여만인 지난 6일 경영권을 한국중공업홀딩스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 경영권을 넘기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규모는 크게 작아졌지만, 중소형 특수선에 강점을 가진 영도조선소는 이미 3년 치 정도의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영정상화 가능성은 높다.
STX조선해양 역시 수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선박 인도시기에 따라 유동성이 확보되면 그때 도크에 일감을 채우는 ‘슬로우다운’ 방식까지 적용하며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클락슨 집계 2월 기준 수주잔량은 15척으로 2020년 2분기까지 일감은 확보한 상황으로, 상반기 내 신규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