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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제1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 개최 결과 1호 안건인 도심 수소차 설치에 규제특례를 부여키로 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규제 샌드박스 1호가 탄생한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험용도로 써오던 양재 수소충전소를 상업용 전환을 허용하고 탄천 물재생센터에도 수소충전소 신설을 허용키로 했다. 창덕궁·창경궁 옆 현대 계동사옥 수소충전소도 문화재 당국의 심의·검토를 전제로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이르면 네 곳 모두 연내 가동을 시작한다.
규제 샌드박스란 놀이터에 모래를 깔아 어린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듯 신산업에 규제 특례를 부여해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단 실증허가를 받는 기업은 안전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4년 동안 제약 없이 실증사업을 펼칠 수 있다.
임시 특례는 규제 샌드박스에서 허용하는 규제 완화의 한 형태로 새로운 제품 서비스의 안전성 등을 시험·검증하기 위해 제한된 구역·기간·규모 안에서 각종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해주는 우선 시험·검증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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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분야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정부의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연말까지 1800대 보급에 그친 수소차 보급대수를 2030년까지 180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출을 뺀 국내 운행대수도 현 800여대에서 10년 후 85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이다. 당장 올해만 4000대를 추가 생산한다.
문제는 충전 인프라였다. 정부는 같은 기간 수소차 충전소를 전국 660개로 늘리기로 했다. 당장 올해만 86개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수소차 충전소는 위험 시설로 여겨져 도시계획시설 지정 때만 제한적으로만 설치할 수 있었고 시행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다.
현재 전국 수소충전소는 14개뿐이며 그나마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9곳 뿐이다. 특히 충전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시내 충전소는 양재·상암 두 곳뿐이었고 그나마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충전소 추가 설치 없인 수소차 보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번 실증 허용으로 당장 수소차 이용자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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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외진 데 숨어 있던 충전소가 도로 옆에 늘여나면 (수소차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입증할 계기가 되는 만큼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산업 확산 기대”…사회적 갈등 해소 과제도
이날 심의위는 수소차 충전소 도심 설치와 함께 비의료기관인 마크로젠(038290)의 고혈압, 대장암 등 13개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와 제이지인더스트리(주)의 시내버스의 LED 광고판 부착, (주)차지인의 모바일 앱 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 사업에 대해서도 실증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와 함께 추가적인 산업융합 부문 규제 샌드박스 대상 사업을 계속 발굴할 계획이다. 성윤모 장관은 “이번 심의위에서 논의한 안건은 현재까지 신청을 받은 10여 건 중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된 사업”이라며 “2월 말까지 부처 협의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2차 심의위를 열고 최소 4건 이상 사업의 실증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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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신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 해소는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번에 특례를 부여 받은 수소차 충전소 등은 상대적으로 안전 문제 외에 갈등 요소는 없지만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 상당수는 구산업과 충돌, 종사자 간 갈등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승차공유 사업 진출을 추진했으나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와 국회의 중재 노력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1일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 운전자가 시위 도중 네 번째로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성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는 큰 틀에서의 규제개혁 패러다임 진행과는 별개로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것”이라며 “과거에 적합했던 법·제도를 현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국민의 생명·안전·환경에 필수적인 규제와의 접점을 찾아낸다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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