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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킹맘]"아빠 싫어" 한마디에 육아휴직…3년만에 "아빠 좋아"

김소연 기자I 2018.07.27 05:30:00

"아이와 신뢰쌓기 어렵고, 깨지는 것도 한순간"
육아휴직 후 프리랜서 작가로…"아이와 시간 소중해"
엄마·아빠 공동 육아하니 ''아이 변화'' 실감
"아이 키우기 박한 사회…인식개선·사회변화 필요"

2015년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들과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프리랜서 작가로 직업을 바꾼 김진성씨. 김 씨는 아이와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맺는 데 오랜 시간과 단계가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김진성씨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둘째 아들은 제가 처음 육아휴직을 했을 때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것조차 어리둥절해 했어요. 아빠가 싫다고 두세 시간씩 울더군요. 아빠가 육아휴직 했다고 아이가 저절로 바뀌지 않습니다. 3개월이 지나니 아들이 유치원 끝나고 뛰어와 안기더라고요. 6개월 지나니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가 밝아졌다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아빠 싫어”라는 둘째 아들의 말 한마디에 육아휴직을 결심했다는 김진성씨. 그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녀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가족·부부 사이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육아를 전담한 지 3년 됐다. 김씨의 부인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지난 2015년 12월 중소 IT 기업 영업직으로 일하던 김씨는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자 “그러면 내가 아이 키워보자”고 결심하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회사가 생긴 이래 첫 남성 육아휴직자였다. 그러나 복직할 때 원래 일하던 영업부가 아닌 회계팀으로 발령이 났다. 김씨는 ‘보복인사’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영업직이었는데 갑자기 회계팀으로 발령을 냈다. 회계 업무는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며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니 ‘회사 내 분위기 안 좋아진다’, ‘애는 엄마가 키우는 거지’, ‘유난 떤다’란 얘기가 나왔다”고 돌이켰다.

그는 “회사 내에서 육아휴직을 승인하는 팀장·부장급은 모두 50대였다. 그들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거라고 했다”며 “육아휴직은 이직을 위한 핑계로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그는 이직을 했다. 출퇴근에만 3시간이 걸리는 회사였다. 급하게 직장을 구하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았다. 회사 일에 쫓기다보니 간신히 친해진 아이들과는 또다시 서먹해졌다.

김 씨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한번 친해졌다고 계속 가는 게 아니다. 아이와 신뢰를 쌓는 데 오래 걸리고, 그 신뢰가 망가지는 것도 한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부모가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둘째 아들이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아’라고 말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일하느라 바빠 아침, 저녁 잠깐만 얼굴을 봤다. 주말에 애들이 울면 ‘왜 우냐’ 소리나 지르던 아빠였다”고 회고했다.

왜 엄마랑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할까. 그는 ‘아이의 변화’를 꼽았다. 김 씨는 “아이를 위해 아빠와 엄마가 공동으로 육아하는 게 필요하다. 아이를 보면 아빠랑 엄마가 같이 키운 아이와 조부모가 키운 아이, 엄마 혼자 키운 아이의 성향이 모두 다르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아이는 과거에 감정 기복이 심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에게 꾸중이라도 들으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엄마·아빠가 공동으로 육아를 하니 자신감도 높아졌고 더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회복 탄력성’이라 불리는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 씨는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데 너무 인색하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공무원,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들은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들도 육아휴직을 낼 때 승진 때 불이익을 받을할까 전전긍긍하고 눈치를 본다. 중소기업은 어떻겠나”고 반문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문화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남편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퇴근해서 아내에게 ‘집에서 하는 게 뭐냐’ 이런 말 하면 절대 안 된다. 덕분에 일할 수 있어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며 “아이를 돌보고 가사 일을 하면서 교육까지 챙긴다. 이 어려운 일을 집에서 해내는 사람이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라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부모에게 육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결혼하기 전에 부부교육, 아이 낳기 전 부모교육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을 하고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관계는 더욱 좋아졌다”며 “물론 처음에는 다툼도 있었으나 육아휴직을 하고 아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하게 됐다. 아내와 육아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화목한 가족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다만 김 씨는 무턱대고 육아휴직을 권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육아휴직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한 달만 해보라고 권한다. 회사에서도 그정도 기간은 양해한다. 아이 키우는 보람을 느끼고 아빠도 육아를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생기면 그때 기간을 연장하면 된다”고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육아휴직으로 경제적인 여건도 무시할 수 없지 않나”라며 “회사와 가정, 경중을 따져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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