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2012년의 일이다. 준공 승인이 난 아파트에 입주 예정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입주 거부 이유는 다양했다. 주변에 사람이 살기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시공사가 중간에 바뀌면서 모델하우스와 다르게 지어졌다, 하자 보수가 심각하다 등등. 그러나 핵심은 딱 하나였다. 바로 집값 하락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이 갈수록 떨어지자 분양 계약자들이 ‘반품 처리’를 요구한 것이다.
최근 들어 2012년 대규모 입주 거부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주택시장은 끄떡없다고 하지만 이는 서울, 그것도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이야기다. 경남과 충남 등 지방은 미분양이 늘어나며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고, 경기도 남부지역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분양권 시세가 낮은 현상)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폭탄 투하하듯 쏟아낸 물량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소화 불량에 걸린 것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43만 9611가구라는 역대 최대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이는 집값 안정을 위해 노태우 정부가 1990년대 초 추진한 주택 200만호 건설 당시보다 많은 숫자다. 특히 지금도 입주 폭탄에 허덕이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내년에 무려 16만 199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집값 상승기에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산 뒤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는 것) 수요가 많았다는 것 역시 위험 요소다. 세입자의 전세자금으로 잔금을 치르려고 한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미입주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입주 기간 내에 잔금을 내지 못하며 연 7~8%의 지연이자가 부과된다. 건설업계 역시 공사대금 회수 지연 등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건설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으로 나라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두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