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銅이야기]①美자유의 여신상은 원래 붉은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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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세희 기자I 2017.11.18 05:30:00

구리, 붉은 금속이란 뜻에서 비롯된 어원

미국 자유의 여신상 전경. (사진=AFP)
금속(金屬)이란 ‘쇠의 무리’, 즉 쇠붙이 전체를 의미한다. 우리말에서 ‘쇠’란 본래 철만이 아닌 금속류 모두를 포함한다. 동전에 쓰이는 구리(동)와 귀금속인 은과 금까지 금속은 풍요로운 인류의 삶을 뒷받침했다. 특히 모든 산업분야와 의료, 예술 부문까지 쓰이는 동은 생산 지역이 광범위하다. 동은 석유나 금보다 정치적·지정학적 영향을 적게 받아 경제 지표인 ‘닥터 코퍼(Dr. Copper)’로 쓰인다. 앞으로 두 달 간 동에 얽힌 어원과 역사, 현황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동은 ‘銅(구리 동)’으로 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과 음(音)을 나타내는 同(동)이 더해 이뤄진 한자다. 구리는 동의 우리 말이다. 구리 어원은 특유의 빛깔에서 비롯됐다. 구리의 본래 색깔은 붉은 갈색을 띤다. 구리의 우리말 고어인 ‘굴’은 불(火)과 같이 붉다(朱)는 뜻이다. 구리의 일본어 단어인 ‘아카(あか)’도 ‘붉다’라는 단어와 같은 발음이다.

1884년 제작된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동으로 만들었다. 미국 정부는 동 81.19톤을 사용해 이 여신상을 만들었다. 처음 만들었을 때 자유의 여신상은 구리 빛깔을 그대로 품은 붉은 갈색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해 특유의 청록색으로 바뀌었다.

구리는 훗날 고주몽이 건국한 고구려(高句麗)의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반도 고대 국가 중 ‘구리(句麗·당시 발음)’로 불린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는 놋쇠와 철 등으로 만든 병장기를 앞세워 세력을 확장했다. 우리 선조는 중국보다 앞선 금속 제조기술로 만든 이 놋쇠를 나라 이름에서 따와 ‘구리’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동의 영어 단어는 ‘코퍼(copper)’다. 고대 로마인은 동을 소아시아(터키) 남쪽 키프로스(Cyprus) 섬에서 채굴했다. 로마인은 동을 ‘키프로스의 금속’이라는 의미로 ‘키프륨(cyprium)’으로 부르다가 ‘쿠프륨(cuprum)’으로 줄여 불렀다. 라틴어 ‘cuprum’은 고대 영어인 ‘coper’를 거쳐 현재 ‘copper’가 되었다. 영미권에서 경찰관을 의미하는 ‘캅(cop)’이란 단어가 구리(copper)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근대 영국 경찰관의 제복 상의 단추가 붉은빛 동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줄여 cop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유럽 문명 발전에 따른 금속의 역사. 기원전 6000년부터 고대와 중세, 산업혁명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으로 만든 주요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사진=국제구리협회)
동은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금속으로 약 1만년 역사를 자랑한다. 동기 시대(銅器時代·Copper Age)와 청동기시대(靑銅器時代·Bronze Age)를 거쳐, 동은 인류 생활의 주요 금속으로 자리 잡았다. 동기시대는 자연상태의 동과 광석에서 추출한 동 등 순수한 동만을 사용했던 시대다. 금이나 은보다 구하기 쉽고, 녹는점이 낮아 주조가 쉬웠다. 중동과 코카서스 지역은 기원전 5000년경부터 1000년간 이어져 청동기시대에 돌입했다. 유럽에선 이보다 늦은 기원전 4000년~3000년경 청동기시대가 열렸다.

청동기 시대는 합금 기술의 발달로 동보다 단단한 주석(Sn)과 혼합한 청동을 생산해 다양한 도구와 물품을 만들 수 있었다.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많은 지역에서 동을 생산했고, 이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황하, 인더스, 마야, 아스텍, 잉카 등 주요 고대문명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이후 그리스, 로마 시대와 중세,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까지 동은 인류의 모든 생활에서 중요한 금속으로 두루 쓰였다.

동은 빛깔이 아름답고 희소성이 높아 장신구로 사용되었다.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한 구리 펜던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 유물이다. 기원전 9500년경 제작됐으며, 자연상태의 구리를 두드려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상태가 아닌 제련 과정을 거쳐 만든 구리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물은 동 송곳이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접경지역인 텔타프 유적지에서 찾은 이 유물은 지금으로부터 7000년 전쯤 만들어졌다. 제련이란 용광로에 광석을 녹여 지금(地金·base Metal: 상품화되지 않은 가공 전 금속) 상태로 만드는 공정이다.

이 동 송곳은 동광석을 가열해 녹인 동으로 만든 최초의 유물이다. 역사학자는 송곳이라도 당시 높은 가치를 가진 장신구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아시아 지역은 동 도구와 장신구를 만들었다. 이곳은 기원전 2500년쯤부터 동과 주석의 합금인 청동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는 치료와 소독 목적으로 구리를 사용했다. 이집트인은 일찍부터 구리가 가진 항균성을 활용했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기록에는 이집트인이 감염 치료와 물을 소독하는 데 구리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현대에 발굴된 이집트 파라오 쿠푸왕 피라미드에서 약 5000년 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구리 배수관이 발견됐다. 이 배수관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온전한 상태였다.

기원전 2세기엔 동판에 성서를 새겼다. 1947년 이스라엘 쿰란 지역에서 구약성서 사본인 사해 문서가 발견되었다. 양피지(羊皮紙) 성서 사이에 주석이 1% 함유된 동판사본이 세 개 섞여 있었다. 우리나라는 13세기부터 금속활자를 동과 청동으로 주조했다.

콜럼버스가 15세기 북미대륙을 발견할 때 탔던 배 바닥에도 동을 사용했다. 동 표면은 항균성이 있어 홍합이나 해조류 같은 생물이 들러붙어 번식하지 못한다. 이 동 피막은 배의 수명과 안정성을 높여주었다. 동은 1만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인류의 문화와 산업 발달에 크게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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