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도 좋은 팁이다.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과 감성적 접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 영화의 경우 당원들이 단체 관람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
최근에는 영화 ‘택시운전사’가 정치권의 주목받았다. 광주에서 벌어진 5·18 민주화 운동을 서울에서 온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그려내 역대 19번째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가장 먼저 극장으로 달려간 정당은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5·18 민주묘역 참배한 뒤 지도부가 관람하며 ‘호남 민심’을 다독였다.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도 관람에 동참하며 화제를 모았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만큼 민주화 역사를 존중하며 기존 보수인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행보로 해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화 사랑’도 유명하다. 먼저 거론되는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다. 2012년 대선 때 ‘광해’를 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에 “마지막 장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던 모양”이라며 “백성을 대하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많이 생각하게 해주었다”고 적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뤘던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관람한 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가 거꾸로 가면서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당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사실상 정치 재개 선언이었다.
|
보수 진영 정치인이 사랑하는 영화는 단연 ‘국제시장’(2014년 개봉)이다.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의 배경은 1950~1980년대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산업화 시대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살아낸 ‘아버지 세대’의 향수를 건드리며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보수 유권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란 점을 감안하면 보수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대선후보 시절에도 국제시장을 여러 번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경남지사 시절에도 영화에 등장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초청해 감사패를 전달한 바 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제시장을 무척 아꼈다. 공식 석상에서 국제시장을 여러 번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15년 국무회의 때는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며 영화의 한 장면을 예로 들기도 했다.
|
정치권의 영화 사랑은 이번 추석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승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영화는 다소 무거워 보이는 위안부 할머니 이슈를 경쾌하면서도 사려깊게 다뤄 벌써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진영 논리를 떠나 개인과 국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하다.
벌써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아이 캔 스피크’를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안부 문제는 늘 무직한 책임감이다. 제대로 해결되지 못함 부끄러움과 죄송함으로 남아있다”면서도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위로는 이 무거운 주제로 우리를 울고 웃게 하면서, 이제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짐을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나눌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