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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육중하게 자리잡은 존재가, 무한세월을 덮은 더깨가 공기까지 내리누른다. 선사시대 고인돌이 이런 무게감일까. 원석인지 조각인지 헷갈리는 돌덩이는 최병훈(65·홍익대 교수)의 것이다.
작가는 가구디자이너다. 한국 아트퍼니처 분야의 선구자다. 물성을 간직한 자연석에 현대적 기능성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시작의 잔상’(Afterimage of Beginning 017-481·2017)은 현무암을 깎아 만들었다. 인도네시아서 채취한 덩어리를 한참 노려보다가 일필휘지로 스케치한 뒤 단숨에 자르고 깨고 다듬었단다.
2t이 넘는 바위도 그 손에는 흙덩이처럼 얌전해진다. 현무암에 숨은 ‘검은 피부’ 자체의 광택까지 직접 빼냈다. 억겁의 풍화를 겪었을 돌. 이제 억겁의 디자인을 얻었다.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여는 14인 기획전 ‘매터 & 매스(Matter & Mass)-아트퍼니처’에서 볼 수 있다. 현무암. 180×65×70㎝. 작가 소장. 가나아트센터 제공.